본 기사는 (2019-08-25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일본의 수출 규제, 미·중 무역분쟁,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 등 켜켜이 쌓인 대내외 악재 속에 불확실성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경영 예측과 관리는 더 어려워졌다.
삼성은 대법원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판결을 오는 29일 선고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긴장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차분하고 조용하다”고 내부분위기를 전했다.
시계 제로에 갇힌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로 다시 한번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지난 6월부터 컨티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하며 무게중심을 잡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선고 외에도 굵직한 대내외 악재에 직면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경영학자들이 벤처기업의 경우 ‘죽음의 계곡’과 ‘다윈의 바다’를 건너야 살아남는다고 말하는데 세계 초유의 대기업인 삼성도 예외가 아닌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서부행 지름길을 찾던 탐험대가 사막 길을 택했다가 많은 동료를 잃은 뒤 붙여진 이름)’을 지나고 있다.
반도체경기 침체 속에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 규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로 양국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반입을 허가하고, 수출규제 강화 조치 49일 만에 처음으로 이 품목이 국내에 들어왔지만,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예측하긴 어렵다. 포토레지스트를 제외한 에칭가스 등은 여전히 수출 허가가 ‘제로’이며, 지소미아 종료로 규제가 더 확대될 수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출 허가 한 건이 백 건이 될지 한 건으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 확대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디스플레이 등 부품산업은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악어와 해파리 떼가 득실대는 호주 북부의 해변)’에 빠졌다. 우리나라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을 따라잡은 중국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까지 넘보고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동방과기집단(BOE)은 애플 아이폰에 OLED 패널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내년 판매할 새 아이폰 부품채택을 위해 성능 테스트 등을 시작했으며 연말까지 최종 판단할 전망이다. 만약 BOE 제품이 최종적으로 채택된다면, 삼성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샤오미를 비롯해 화웨이, 원플러스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TV 시장에 이미 진출했거나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불확실성 확대는 삼성의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26조8900억 원으로 작년의 반토막 수준이다. 이마저도 연초 예상했던 전망치보다 10조 원 이상 낮아진 숫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직원들이 내년 초 받을 성과급이 올 초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경제상황 외에도 정치, 사법적으로 조금이라도 경영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며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극복할 만한 여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