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우리나라에 대한 핵심소재 수출 규제 조치가 시행된 지 50일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 시행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기업들은 아직 큰 타격은 없지만, 일본의 규제가 완전히 철회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커진 불확실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를 오는 28일부터 시행한다. 디스플레이·반도체 핵심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등 3대 품목을 수출 규제한 지 56일 만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포토레지스트의 국내 반입을 두 차례 허가했다. 이어 일본산 포토레지스트는 지난 21일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일본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반입을 허용했지만, ‘찔끔씩’ 이뤄지는 수출 허가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여전히 목이 마른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목이 마른 상황에서 겨우 물 한 모금 들어온 것”이라며 “잠시 버틸 수 있으니 ‘긍정적이지 않느냐’라고 물어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막에서 죽어가는 상황에서 좋게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허가 한 건이 백 건이 될지 한 건으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 모르는 상황이 더 문제”라며 불확실성 확대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경영 예측이다. 일본산 소재는 국내 개발이나 해외 대체품으로 어떻게든 대응해나갈 수는 있다. 물론 이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시간투자, 생산 차질은 큰 부담이다.
향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더 강화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가격은 급등락할 수도 있다. 안정적인 수요와 공급을 벗어나 움직이는 반도체 가격과 생산은 기업과 시장 입장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일본 핵심 소재 수출 규제가 완전히 철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고, 이 불확실성이 경영 예측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디스플레이도 반도체만큼 직접 타격을 입지는 않았지만, 더 커진 불확실성에 답답해하는 모습이다. 디스플레이 기업은 플렉서블 OLED의 핵심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일본으로부터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수출허가를 내놓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화살을 쐈는데 명중한 건 아니다. 급소를 피해서 찔렀지만, 그래도 아픈 상황이다”라며 “화살이 언제 어디서 어느 곳을 향해 다시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더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일본이 (핵심소재) 수출을 안 한다고 하면, 미친듯이 해결책을 강구하겠지만, 앞으로 규제 품목이 늘어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예측이 전혀 힘든 상황”이라며 “불확실성만 더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