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해 후보자 시절부터 제기된 의혹과 관련 압수수색을 하자 이를 황당하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압수수색을 지시하고 지휘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좌고우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좌고우면은 ‘左顧右眄’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왼쪽 좌’, ‘돌아볼 고’, ‘오른쪽 우’, ‘바라볼 면’이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도 바라본다”는 뜻이다. 즉 왼쪽의 눈치도 살펴야 하고 오른쪽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는 뜻인 것이다. 그러므로 국어사전은 좌고우면을 “앞뒤를 재고 망설임을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를 하고 있다. 따라서 “좌고우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는 것은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과감하게 일을 처리하는 타입이다’는 뜻이다. 당연히 정정당당하게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라는 긍정적 의미의 찬사이다.
그런데 좌고우면을 지나치게 터부(Taboo)시(視)하는 사람은 자칫 주변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독선에 빠질 위험도 있다. ‘眄’은 사물의 형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서 소상하게 보는 행위를 표현한 글자인데, 한쪽 눈을 지그시 감는 행위를 잘 못하면 자칫 봐야 할 한쪽을 아예 못 보는 ‘애꾸눈’ 상태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형평성을 잃고 독선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처럼 좌고우면을 안 하는 것은 당당한 소신이기 때문에 칭찬받을 수도 있지만, 누구라도 아예 좌고우면을 못한다면 그것은 공간지각능력 부족이므로 지탄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소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좌고우면을 지나치게 하지 않다 보면 더러 좌고우면을 아예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기도 한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 나오는 저수지지기 임종술이 좌고우면을 못한 바보의 대표적 예이다. ‘완장’을 ‘권력’으로 여긴 임종술은 완장에 눈이 멀어 자기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그토록 못난 행패를 부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