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평준화된 영향이 크다. 예컨데 독일 BMW가 지닌 신기술 대부분은 한국의 기아자동차도 보유 중이다. 프랑스 르노 역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감성 품질을 충분히 따라잡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너희가 만드는 차는 우리도 만들 수 있다”는 뜻. 그저 브랜드별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고, 최대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 빨간 신호등을 모르는 아우디 = 운전자 또는 승객의 주행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회사는 오늘도 밤잠을 줄이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퇴근하는 차 안에서 직접 집 안 냉난방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도 나왔다. 이른바 ‘카 투 홈’이다. 자동차와 다른 사물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커넥티드 카’ 기술이다.
독일 아우디는 여기에 더해 운전자가 신호 대기 때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커넥티드 기술을 사용 중이다.
다음 교차로에 도달하기 전, 자동차와 교차로 신호등이 서로 숨 가쁘게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곧바로 다음 교차로의 신호등이 언제 녹색으로 바뀌는지 알려준다. 운전자는 자연스럽게 녹색 신호등에 맞춰 자연스럽게 통과할 수 있게 된다.
신호 대기 때 운전자가 받는 스트레스마저 줄이겠다는 아우디의 노력이 담겨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화하면 차 스스로 도심에서의 속도를 결정해 애초부터 빨간 신호등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내 마음을 알아주는 메르세데스-벤츠 = 운전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해 이를 완화해 주는 기술도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주도하고 있다.
생체 신호는 스마트워치를 이용하면 된다. 먼저 운전자의 맥박과 호흡을 바탕으로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한다. 곧바로 벤츠 고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 X(엠비유엑스)’에 이 사실을 전달한다. 똑똑한 MBUX는 실내의 조명과 음악을 바꿔 잔뜩 화가 난 운전자의 심리를 진정시킨다. 여기에 편한 운전을 돕기 위해 자동으로 시트의 마사지 기능을 작동하기도 한다.
주행 스트레스 감소 방안도 연구 중이다. 대형 트럭 제작 기술이 경지에 다다른 메르세데스-벤츠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장거리 ‘트럭커’의 주행 스트레스를 줄이고 있다. 이른바 ‘지형 예측형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이다. 대형 트럭은 크기가 작은 일반 승용차보다 가속 때 스트레스, 특히 오르막 가속 때 스트레스가 심하다. 가속 페달을 밟아대도 쉽게 치고 나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벤츠의 새 기술을 이용하면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시스템은 전방 지형을 예측하면서 시작한다. 도로 상황과 오르막 경사도에 따라 최적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변속과 가속을 알아서 결정한다. 오르막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사전에 알아서 가속해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활성화되면 유럽 기준 최대 5%의 연비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LG전자, 차선변경도 알아서 = 막히는 도로에서 가장 잘 뚫리는 차선을 골라주는 기술도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자동차 메이커가 아닌, LG전자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췄다. 현재 안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예컨대 전방 정체 상황을 감지하고, 주행 차선을 바꾸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운전자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곧바로 차선 변경을 권고한다. 이 기술이 안정화되면 옆 차선으로 변경 때 진입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점마저도 자동차가 알아서 알려준다. 자연스레 차량 정체 때 빚어지는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 스트레스 줄이려다 스트레스 더 쌓이나? =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존재한다.
미국 소비자단체인 제이디파워(J.D.P-ower)의 신차품질조사에 따르면 올해는 전반적 품질 점수가 오르지 않고 정체 수준에 머물렀다. 신차 소유주들은 2019년 신차 구입 후 첫 90일 동안 100대당 93건의 문제를 보고했다. 작년 조사와 같았다. 이유는 첨단 기술에 있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음성명령 등 다양한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의 수가 예전보다 늘어난 것이다. 덩달아 운전자의 스트레스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관건은 어떤 자동차 회사가 얼마만큼 투자를 지속해 기술의 안정화를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