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쓰이는 욕 가운데 ‘양아치’라는 욕만큼 심한 욕도 많지 않을 것이다. 국어사전은 양아치를 ①“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 ②“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양아치는 본래는 ‘거지’라는 뜻이었는데 후에 범위가 확대되어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에게 두루 사용하게 된 것이다.
거지를 ‘동냥아치’라고도 한다. ‘동냥’은 한자 ‘동령(動鈴)’에서 온 말로서 각 글자는 ‘움직일 동’, ‘방울 령(녕)’이다. ‘-아치’는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접미사이다. 장사아치(장사치)의 ‘아치’가 그런 예이다. 따라서 동냥아치는 ‘방울을 움직이는(흔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구걸하는 행위를 종교적인 수행 방법의 하나로 여기기도 했다. 탁발승(托鉢僧)은 요령(搖鈴:손으로 흔드는 작은 종)을 흔들며 염불을 하면서 탁발을 했는데 이렇게 요령을 흔드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동령(動鈴)아치’라고 불렀던 것이 음운변화를 일으켜 동냥아치가 된 것이다. 탁발승은 차림새가 남루하여 흔히 거지로 오해되곤 하였기 때문에 동냥아치는 나중에 거지라는 뜻이 되었고, 그 줄임말이 오늘날 사용하는 ‘양아치’이다.
가난하여 탁발하듯이 밥을 빌어먹는다면 거지라 해서 크게 비하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거지 중에는 온갖 행패를 다 부리는 거지들도 있었다. 남의 잔칫날 떼를 지어 찾아와서 음식 달라 돈 달라 행패를 부리기도 하고, 음식점이나 찻집에 불결한 차림으로 들어앉아 있음으로써 손님들의 출입을 막는 거지들도 있었다. 그런 거지들을 일러 양아치라고 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노숙자도 있고 거지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행패는 거의 없어졌는데 멀쩡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억지를 부리며 은근히 협박하는 경우가 많다. 신종 양아치들이다. 건전한 사회를 위해 이들 양아치들을 시민의 힘으로 도태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