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하원의장은 미국을 분열시킬 수 있다며 대통령 탄핵을 꺼려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민주당 대선주자 1위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하고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폭로되면서 펠로시가 입장을 바꿨다고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분석했다.
그동안 펠로시 의장을 포함해 중도파 인사들은 트럼프 탄핵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는 것은 물론 하원 다수당 지위도 위태로울 것이라는 우려를 보여 왔다. 탄핵 논란으로 정치권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면 국민과 밀접한 경제정책 추진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 지지자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2020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의혹의 한 쪽에 서게 되자 트럼프를 공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트럼프 탄핵 추진에 완강히 반대했던 인사들도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BBC는 전했다.
민주당 소속의 맥스 로즈 하원의원(스테이튼아일랜드)은 이날 성명에서 “이는 심각한 위기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어야 한다”며 “공화당원들도 다른 모든 미국인과 함께 진실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고 밝혔다. 로즈 의원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에 우호적이어서 그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BBC는 트럼프가 대통령 권한을 이용해 외국 정부에 정적에 대한 정보를 파내도록 또는 생산하도록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이 민주당 내부에서 탄핵을 향한 의지를 더욱 다지게 했다고 풀이했다.
여기에 러시아 스캔들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를 조사했지만 3월 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조사를 마무리 지었다. 그 이후로 민주당 내에서 트럼프 탄핵만이 최종 방법이라는 주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 건은 2016년 대선 논란에서의 진부하고 복잡한 선거 자금 거래나 문서 조항 위반 등과 달리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기 쉽다. 또 이미 치러진 선거 결과가 아니라 향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탄핵을 추진하는 데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