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매출이 또다시 신기록을 세웠다. 국내 면세점 업계는 월 매출 2조 원 시대를 열었던 지난 3월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8월 ‘사상 최대’인 2조 184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른 추석의 영향으로 중국 보따리상의 활동이 추석 전인 8월에 활발했던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 고객 매출은 올해 들어 최저치를 찍었는데, 업계에서는 일본 불매운동 기간 해외 여행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한다.
25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8월 면세점 매출은 전월(2조 149억 원)보다 8.4% 성장한 2조 1844억 원을 기록했다.
면세점 매출은 지난 3월 2조 1656억 원을 달성해 사상 처음으로 국내 면세점 월 매출 2조 원 시대에 진입했고, 4월에는 월 매출 2조 원 시대는 깨졌지만 매출 1조 9947억 원을 기록해 당시 기준 두 번째로 높은 월 매출을 올렸다. 이후 5월 매출은 2조 861억 원으로 월 매출 2조 시대에 재진입했다.
이처럼 국내 면세점은 2조 안팎의 매출을 올리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고, 8월 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올렸다. 이로써 올해 8월까지의 면세점 매출은 전년보다 23.1% 증가한 15조 2646억으로 집계됐다.
면세점 매출이 꾸준히 늘면서 유통맹주로 확실히 자리잡았지만, 중국 보따리상이 전체 고객의 70~80%에 이르는 높은 의존도는 한국 면세점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중국 보따리상 의존도가 높을수록 국내 면세점 매출은 중국의 전자상거래법 시행 등 외부 변수에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보따리상을 유치하려는 출혈경쟁과 송객수수료(고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등으로 매출 증가에도 불구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이번에 달성한 사상 최대 매출의 배경 역시 외국인 매출이 급증한 결과다. 8월 외국인 매출은 1조 8548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음력 8월 15일)이 9월 13일이었던 만큼 중국 보따리상들이 추석 전인 8월 구매 물량을 늘린 결과로 풀이했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이 일렀던 만큼 중국 따이궁들이 그 전에 활동을 활발히 한 결과 8월 매출이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연인절’이라 불리는 칠월칠석(음력 7월 7일)이 8월 7일에 있어 이 특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8월 외국인 고객 수는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반면 내국인 고객 수는 올해 들어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통상 여름 휴가를 앞둔 6, 7월에는 면세점 쇼핑객이 늘어나는 만큼 8월에는 상대적으로 국내 매출이 줄긴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해도 8월 국내 고객 매출은 감소했다. 8월 내국인 고객 매출은 지난해보다 3.3% 줄어든 3296억 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이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가깝게 떠나기 좋은 일본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에 따라 전체적으로 해외 여행 수요가 가라앉다 보니 국내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내년이면 면세점 사업자는 늘어나고 시내 면세점도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소비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 서울 1개, 인천 3개, 광주 1개 등 대기업 시내 면세점 특허 5개를 추가 발급하고, 시내면세점이 없는 충남에는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특허 1개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전국 시내면세점은 총 26개가 되며 이 가운데 서울에만 16개가 몰리게 돼 출혈경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가 영업 부진으로 면세점 사업을 접었는데도 시내면세점이 추가로 생기면 면세점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우려가 있다. 지금도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할인 혜택, 체험 콘텐츠 제공 등 다양한 마케팅 비용이 늘리고 있는데 면세점이 더 늘어나면 비용만 늘고 수익 내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면세점은 안착하고, 중소 면세점은 더욱 어려워지는 빈익빈 부익부 형태가 고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5년 말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한 뒤 3년간 1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낸 한화그룹은 면세점 사업을 마무리한다. 지난 6월 갤러리아 온라인 면세점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30일 갤러리아면세점 63의 영업을 중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