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중심의 대중적 이미지가 강한 현대·기아차가 포효하는 엔진음을 내며 미국의 도로를 거침없이 달릴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2015년 출범한 제네시스 브랜드는 3년여 만에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하며, 고급차 최고의 격전지인 미국에서 브랜드의 위상을 높인 셈이다. 2009년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BH)와 2012년 현대차 아반떼에 이어 한국차로는 세 번째였다.
올해는 현대차 8세대 쏘나타와 기아차 3세대 쏘울이 12종이 겨루는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포르쉐 911을 시작으로 폭스바겐이 야심차게 선보인 아테온, BMW 뉴 3시리즈 등 경쟁자들이 일단 걸출하다. 여기에 일본 토요타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부활시킨 스포츠 쿠페 수프라도 이름을 올렸다.
SUV 부문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가 각각 세미 파이널에 진출했다.
국내 기준으로 두 차종 모두 대형 SUV 부류에 속하지만 북미 현지에서는 미드사이즈다.
동일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같은 엔진과 파워트레인을 얹었으나 옵션(전조등 구조)의 차이 탓에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 안전등급에서는 팰리세이드가 근소하게 앞섰다.
지난해 G70가 선정될 당시 성능과 철저한 내구성, 품질 등이 인정받았지만 공교롭게도 걸출한 경쟁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G70 수상 때 최종 경쟁모델은 혼다 인사이트와 볼보 S60 등에 불과했다.
코나가 최종 영예를 거머쥔 SUV 부문에서도 혼다의 고급차 브랜드 아큐라 RDX와 재규어 i-페이스가 최종 후보로 경쟁했을 뿐이다.
객관적으로 쟁쟁한 독일차가 없었던 덕에 현대차가 최종 수상을 거머쥐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먼저 아메리칸 스포츠카의 자존심인 쉐보레 콜벳이 환골탈태했다. 새 콜벳은 앞쪽에 자리한 엔진을 뽑아내 뒷자리로 옮겼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와 같은 미드십 구성으로 거듭난 셈이다.
나아가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포르쉐 911 등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SUV 부문에서도 쉐보레가 야심차게 내놓은 블레이저와 포드 익스플로러 등 미국이 자존심처럼 여기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SUV 부문에서 미국차가 6종, 한국차와 일본차가 각각 2종, 독일과 스웨덴차가 하나씩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같은 브랜드가 북미 올해의 차에 연달아 선정된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는 점도 올해 현대차의 재수성 가능성을 끌어내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최종 수상작이 선정되는 만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미 올해의 차 선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왜 올해의 차’가 중요한가(?) = 해마다 연말이면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올해의 차를 선정한다. 자동차 전문 매체를 시작으로 소비자 단체까지 나선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권위는 북미 올해의 차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60여 명의 자동차 전문 기자단이 해당 연도 북미출시 신차 가운데 승용차와 SUV, 트럭 등 총 3개 부문에서 최종 대상차를 선정한다.
특정 매체의 입김이 작용할 수 없는 만큼 품질과 성능, 브랜드 가치, 시장 영향력 등 전 부문에 걸쳐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시장 규모를 따졌을 때 중국이 미국 판매를 크게 앞서 있고, 유럽 판매 역시 미국과 맞먹는 규모다. 그런데도 ‘북미 올해의 차’의 권위와 위상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유는 출시 기준이 까다롭고 엄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 토종 메이커 대부분이 안전 및 배기가스 기준을 못 맞춰 미국에 진출을 못 하고 있다. 유럽 메이커 역시 프랑스 르노와 푸조, 시트로엥 등은 미국에서 차를 못 판다. 한국의 쌍용차 역시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미에서 경쟁하는 이들 대부분 글로벌 곳곳에서 성능과 내구성을 이미 인정받은 차들이다. 한번 걸러낸 모델 가운데 최고를 뽑는 일이니 그 가치 역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