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에서 법인세는 중요 변수
기업 살리기의 수단으로는 규제와 조세가 있다. 규제 완화가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국가 간 조세 경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조세 경쟁의 대표적 세금으로는 법인세가 있다.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법인세의 법적 납세 의무자는 기업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주 등 모든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법인세가 인상되면 주주 외에 소비자·종업원·중소기업·외국인 등 다양한 주체에 조세가 전가되어 부담을 안게 된다. 소비자에게는 판매가격을 올려 조세가 전가되고, 종업원에게는 임금 상승을 억제하거나 해고를 통해 전가된다. 중소기업 등 협력업체에는 재료 혹은 부품의 가격을 내려서 조세 전가를 시킨다. 외국인 주주는 다른 사람에게 조세 전가가 되지 않으면 투자를 철수하고 떠나갈 수 있다. 이래서 법인세는 국가경쟁력에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법인세 인하가 글로벌 추세
세계 각국은 기업경쟁력을 높기기 위해 법인세를 내리는 조세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경쟁력은 세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최근에는 세계 각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법인세를 내렸거나 내릴 계획이 있다. 각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의 추이를 보면 조세환경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은 법인세(국세+지방세) 최고세율을 2009년 평균 25.32%에서 2018년 23.68%로 하향한 바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은 39.2%(연방 35%)에서 25.8%(연방 21%), 일본은 39.5%에서 29.7%, 영국은 28%에서 19%, 캐나다는 30.9%에서 26.8%로 인하했다. 홍콩은 16.5%, 싱가포르 17%, 중국 25%, 베트남은 20%이다. 미국은 또 내년부터 급여와 자본소득에 대한 조세 인하를 검토 중이다. 프랑스도 2022년까지 25%로 낮추고, 인도는 올해부터 22%로 내리며, 영국은 브렉시트에 대비해 내년에 17%로 추가 인하한다고 한다. 독일도 법인세 실효세율을 중소기업의 경우 25% 수준으로 내릴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향후 OECD 국가 중 최상위의 순위가 될 수도 있다.
법인세, 소득재분배 효과 거의 없어
그동안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글로벌 추세에 역행해 왔다. OECD 국가들에 비해 법인세를 매우 높게 유지하고 있었다. 2009년 법인세 최고세율이 24.2%(국세 22%+지방소득세 2.2%)로 OECD 국가 중 23위였지만, 2018년에는 27.5%(국세 25%+지방소득세 2.5%)로 11위로 상승하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도 2009년 3.4%에서 2018년 3.6%로 올라, OECD 국가 중 8위가 되었다. OECD가 발표한 유효법인세율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2017년 22%로 낮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에 인상된 바 있다. 법인세 인상을 부자감세 혹은 부자증세라는 프레임을 갖고 접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법인세는 이론적으로 소득 재분배의 효과가 거의 없고, 대부분의 OECD 국가가 법인세율을 단일세율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조세 경쟁을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법인세 인하 등과 관련하여 활발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0%까지 인하하자고 주장하고, 여당과 정부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법인세는 글로벌 추세에 맞출 필요가 있다. 이에 역행하여 경쟁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 법인세는 소득 재분배 효과도 거의 없으므로 향후 법인세를 부자감세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
OECD는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 등의 악재로 인해 향후 세계경제가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세계 각국은 법인세 인하를 경쟁하듯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실질GDP 성장률도 2018년 2.7%에서 2019년 2.1%로 하락이 전망되는 등 경제 여건이 좋지 못하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의 법인세를 무작정 높게 유지할 형편이 아니다. 글로벌 추세에 부합하게 법인세 인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