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터키가 오래 준비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미군은 그 작전에 지원도 개입도 안 할 것이며, 인접 지역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 중이던 미군의 철수가 시작했다.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지역을 공격하려는 터키에 미국이 길을 터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 민병대(YPG)를 소탕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다. 터키는 YPG를 자국 내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로 여기고 있으며, 최대 안보 위협 세력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YPG는 미국을 도와 시리아 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IS 격퇴전에 앞장서 온 미국의 동맹이다. 이 과정에서 약 1만1000명의 YPG대원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쿠르드의 동맹인 미국의 반대와 이 지역에 주둔한 미군에 막혀 터키의 소탕작전은 뜻을 이루지 못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집권 이후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미군 철수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은 중동에서 전투와 치안 유지에 8조 달러(약 9600조 원)를 썼다”면서 “중동으로 들어간 것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결정이었다. 미국은 결코 중동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며 미군 철군의 타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1947년 ‘트루먼 독트린’ 이후 크고 작은 지구촌 분쟁에 개입해 온 미국의 외교 노선에 대해 트럼프는 미국의 지나친 희생이 깔려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인식이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표방으로 나타났고 시리아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배경이 됐다. 한국과 유럽연합(EU) 등 오랜 동맹국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동맹의 가치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트럼프의 고립주의 외교 노선에 대해 미국 안팎의 비난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그동안 형성한 동맹 관계에 심각한 균열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화당 하원 서열 3위인 리즈 제니 의원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한 것은 역겹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결코 쿠르드를 버리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일로 미국을 신뢰하기 힘들게 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