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현장에 있던 고객이 이 부회장을 알아보고 말을 걸자 “어머니 친구분들인데, 우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며 웃었다.
대한민국 재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총괄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 40대 초반~50대 초반의 젊은 리더들은 선대 회장들의 과감한 결단력은 이어받으면서도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의전을 싫어하는 소탈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8월 일본의 수출 제재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위기가 닥치자 이재용 부회장은 혈혈단신으로 일본으로 떠났다.
서류가방 하나만 든 채 일본에서 치열한 일정을 마친 이 부회장은 또다시 혼자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말을 걸기도 한다.
삼성전자에 벤처기업과 같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하겠다는 목표로 ‘스타트업 컬처혁신’을 선포하며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투자 리더십에 있어서는 이건희 회장의 결단력을 빼닮았다. 삼성디스플레이 QD(퀀텀닷)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 13조 원을 투자하는데 이재용 부회장이 앞장서 임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신임 과장 연수 프로그램에 직접 촬영한 ‘셀프영상’을 통해 등장했다. 소소한 일상부터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쉽게 꺼내지 못했던 지난해 연말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단행한 인사 배경까지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드러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직원들을 위한 정 수석부회장의 소소한 배려도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고위 경영진이 주로 이용하는 전용 헬기는 양재 사옥 옥상 대신, 경부고속도로 건너편에 자리한 인근의 다른 헬기 이착륙장을 이용 중이다. 정 부회장 역시 이곳에서 헬기를 내린 뒤 다시 현대차그룹 사옥까지 차로 이동한다.
이유는 하나.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헬리콥터는 구조적인 특성상 이착륙 때 주변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하강풍 또는 굉음이 발생한다. 본사 옥상에 마련된 이착륙장 대신 다른 곳을 이용하는 것은 행여 직원들 업무에 지장이 생길까 우려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신사업을 찾는 데 있어 정 수석부회장은 어느 임원들보다 앞선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나아가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논란이었던 ‘세타2 직분사 엔진’에 대해 평생 보증 및 460억 원 보상이라는 결단도 정 부회장의 과감한 리더십을 대변한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의 투자패턴을 보면 중국 생산라인을 과감히 철수 내지 축소하면서 동시에 미래 모빌리티 스타트업 등에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며 “눈앞의 수익이 아니라 미래 차업계 주도권을 쥐기 위한 장기적 안목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이 부장ㆍ상무일 때는 흡연공간까지 찾아와 선후배들과 격의 없이 대화해 겸손하고 소탈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에도 워낙 검소하게 지내 주변 친구들이 “LG 대리점 아들이냐”고 물었을 정도다.
젊은 리더답게 과거 틀에 얽매여있던 그룹 문화도 바꾸고 있다. 작년 11월 초 미국의 혁신 기업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LG화학 부회장으로 영입하는 등 그룹 순혈주의를 깬 인재 영입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적자에 시달리던 LG디스플레이의 수장을 임기 중 교체하는 과감한 인사를 단행했다. ‘인화’의 LG로서는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건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구 회장이 전후사정을 묻지 않고 ‘알겠습니다. 잘 해주세요’라고만 짧게 답한 것으로 들었다”며 “선대 회장의 이차전지에 대한 열정과 투자성과가 침범받으면 안된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신속한 일 처리를 위해 SNS나 메신저를 통해서도 보고를 받으며 일의 능률을 올리는 경영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소통 측면에서 허 사장은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중요시하고 있다. 경영현황설명회나 임원 세미나에 미국식 공개 토론 방식인 ‘타운홀 미팅’과 원형으로 토론자와 참여자가 둘러앉아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는 ‘피시볼 토론’ 등을 도입했다.
그룹 내에서는 김 전무에 대해 “윗사람들에게는 정중하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고 직원들을 소탈하게 대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김 전무가 주도해 태양광 사업을 글로벌 1위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강한 사업추진력을 보이며 김승연 회장을 설득해 꾸준한 투자를 진행한 덕이다.
회사 관계자는 “태양광을 먼저 시작한 독일, 일본, 미국(주택용)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한 것을 보면 영업 일선에서 가장 노력한 분이기 때문에 추진력은 성과가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