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부총리는 14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제24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서 '유쾌한 반란'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을 진단하면서 정치적 이념 대립에 의한 갈등을 '회색 코뿔소'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급변하는 국제정치와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있는 국제경제 질서를 첫 번째와 두 번째 회색 코뿔소로 꼽았다.
또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 표지에 실린 영화 '기생충' 사진과 '1국가, 2시스템' 제목을 소개했다. 이 잡지는 한국의 경제 불평등과 계층이동의 단절로 인해 빚어지는 이중구조, 최근 여러 가지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빚어지는 정치적 세력 간의 대립과 그로 인한 사회 갈등, 이런 것들을 '1국가 2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이동의 단절, 정치적으로 빚어지는 이념과 진영 논리에 의한 대립이 3번째 회색 코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부총리는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풍자를 인용해 "소인국의 정치권이 구두 굽 높이를 두고 죽을 듯이 싸운다"며 "사회의 수준은 그 사회의 논쟁거리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최근 한국에서 가장 큰 논쟁 이슈가 무엇이었을지 한번 생각해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의 틀과 새로운 교육의 틀을 만들지 못한다면 경제가 아무리 성장해도 지속 가능하지 않고, 경제 자체가 성장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개발연대 시대 작동했던 경제성장 체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자본과 노동 등 고전적인 생산요소가 아니라 효율적인 정치 시스템, 국민의 역량을 키울 효율적인 교육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경제 자체가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명문대, 대기업을 가야 되고,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것일까요"라고 물은 뒤 "과거 20년 전, 30년 전에는 그런 것이 주는 보상과 필요가 컸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 나라는 털끝 하나라도 병들지 않는 것이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고 나서야 그칠 것이다'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을 인용하고 "200년 전 다산 선생이 한 얘기지만 지금 우리에게도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는 퇴임 후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최근 미국 미시간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로 부임했다. 김 전 부총리는 미시간대에서 정책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