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은 2025년이 되면 반도체 메모리 시장만큼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큰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고 이 중 지속가능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배터리 제조업체로서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야 할 부분입니다.”
김종현 LG화학 전지부문 사장은 고속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배터리 제조업체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19’에서 ‘배터리 시장의 성장과 배터리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1900년도 뉴욕 5번가에는 마차가 대부분이고 자동차가 딱 한 대 있었으나 13년 뒤 이 도로는 모두 자동차가 점령했고 마차는 딱 한 대뿐이었다”며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변화하는 속도는 단면적으로 볼 때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는 이유로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소비자 가치(밸류) 제공 △산업정책에 따른 기술 진보 △자율주행 등 혁신기술 발전 등 3가지를 꼽았다.
김 사장은 특히 “각국 정부가 이산화탄소(CO2) 규제 등의 정책을 통해 전기차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초기 전기차는 보조금에 의해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환경 규제가 전기차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유럽연합(EU)은 완성차 회사가 만드는 승용차의 CO2 배출량을 규제하고 달성하지 못하면 그램당 95유로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만약 400만 대의 차를 판매하는 완성차 업체가 CO2 배출량 1그램 달성하지 못하면 약 5000억 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자동차 회사의 평균 연비를 리터당 20㎞ 이상으로 규정하고 이를 맞추지 못하면 아예 차량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김 사장은 “이에 더해 자율주행과 공유경제 등의 혁신 시장이 전기차 시장을 급속도로 키우는 키 드라이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년이 되면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15%인 1300만 대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반도체 중 메모리 시장이 1500억 달러인데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도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 사장은 배터리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는 △전기차 성능과 가격 개선 △소재부터 충전까지 전기차 밸류체인의 재정립 △폐배터리 처리 등 지속가능성 노력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배터리 성능 개선과 관련해 ‘빠른 충전’과 ‘주행거리 확대’라는 주제로 연구개발(R&D)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안정성 강화를 위한 R&D 방향도 배터리 컨트롤 시스템인 ‘BMS(배터리 관리시스템)’를 잘 만들어 배터리를 보호하거나 소재 자체에 불이 나지 않도록 개발하는 쪽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위한 배터리 자체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김 사장은 “전기차 전체 가격의 3분의 1이 배터리 가격인데 배터리에 적용되는 메탈을 추출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거나 디자인을 바꾸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현재 배터리 업체들이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제조 비용을 낮추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폐배터리 재활용과 관련해 그는 “전기차용 배터리는 30만㎞를 달리면 초기 용량의 80%가 남는데 실제 사용한 걸 회수해 측정하면 80%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잔존가치가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초기 전기차 코스트(비용)를 낮출 수 있고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외 회수한 전기차 배터리를 추후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사용한다든지, 폐배터리에서 메탈을 추출해 사용하는 리사이클 방안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