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 강남ㆍ북을 가리지 않고 집값이 천성부지로 치솟자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매매 잔금을 치를 때까지 수수료에 대한 합의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집값의 최대 0.9%에 달하는 중개수수료 요율이 집값 상승과 함께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동산 중개보수(중개수수료)는 거래 금액에 연동되는 정률제로 국토교통부의 공인중개사법 시행 규칙과 각 시ㆍ도별 주택 중개보수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결정된다.
서울시의 경우 주택 매매 시 △5000만 원 미만 0.6%(한도액 25만 원) 이내 △5000만~2억 원 미만 0.5%(한도액 80만 원) 이내 △2억~6억 원 0.4% 이내 △6억~9억 원 0.5% 이내 △9억 원 이상 0.9% 이내에서 소비자와 공인중개사가 중개료를 합의해 결정한다.
이는 2015년 4월부터 시행된 기준으로, 고가주택 기준 상향과 전세ㆍ매매 중개보수 역전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였다. 이전에는 2억 원 이상~6억 원 미만 최대 0.4%, 6억 원 이상 최대 0.9%였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시세가 전체적으로 큰 폭으로 오른 상황에서 시장 현실을 감안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최근에는 9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부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4∼6월) 전국 9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은 5.3%로, 2006년 실거래가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고가 아파트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몇 년 새 고가와 저가를 따지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올랐다. 이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크게 상승한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4억8084만 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2017년 6억5029만 원, 2018년 8억2975만 원으로 급등했고, 올해 9월에는 8억7272만 원으로 9억 원에 육박했다. 중위가격은 주택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을 말한다.
최성헌 직방 매니저는 “서울의 9억원 초과 고가아파트 매매 거래는 주로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서 이뤄졌으나, 지난해부터는 강남3구 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고가아파트 중심으로 점차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에 부동산 중개업계는 외국보다 한국의 수수료가 낮고 거래사고 발생 시 중개업소도 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인중개사협회는 관계자는 “10억, 20억 원하는 아파트의 매매 중개에 나서는 중개업소는 일부이며, 최고 요율이 0.9%라고 해도 합의가 가능한 만큼 이를 실제로 받는 경우는 없다”면서 “오히려 현재 공인중개사 숫자가 너무 많아서 벌어지는 문제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 만큼 고정요율제 도입, 공인중개사 수급 조절을 위한 노력 등을 병행하며 근본적 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행 부동산 중개 수수료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요즘 59㎡(24평)짜리 아파트도 20억 원이 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수수료만 4000만 원 가까이 내야 하는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중국 등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매도자와 매수자가 모두 수수료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등의 경우 국내 중개업소와 같은 단순 서비스만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서비스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최고 0.9% 요율 적용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