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과 비비안의 만남이 침체된 토종 속옷업계를 살려낼 수 있을까. 국내 속옷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의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를 비롯한 해외 브랜드는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 ‘해외 브랜드에 밀리는 K패션’ 현상이 속옷 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성 내의’의 상징 쌍방울과 ‘여성 란제리’의 명가 비비안이 결합을 추진 중인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쌍방울과 주식회사 광림이 구성한 컨소시엄은 토종 속옷기업 남영비비안 경영권 매각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21일 밝혔다.
쌍방울 측은 “쌍방울과 광림 컨소시엄이 남영비비안을 인수하게 되면 쌍방울과 함께 남녀 토털 속옷 브랜드로 국내외 내의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영비비안과 쌍방울은 각각 국내 속옷시장 점유율 8, 9위에 올라 있어 이들의 결합은 속옷업계의 매출이나 점유율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의 경우 국내 속옷 시장에서 2013년만 해도 점유율 3.2%에 달했으나 2014년부터 2%대로 떨어진 뒤 지난해 1.8%로 급격히 하락했다. 매출 역시 해마다 하향곡선을 그려 지난해는 1017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2016년, 2017년 각각 –151억 원, -216억 원으로 적자를 이어가다 지난해 6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2017년 1434억 원에서 지난해 –953억 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비비안 역시 마찬가지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3년 점유율 3.5%를 기록했지만 점차 하락해 지난해에는 2.7%로 떨어졌다. 남영비비안의 지난해 매출은 1.5% 줄어든 2061억 원, 당기순이익은 -67억 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남영비비안의 매출이 정확히 쌍방울의 2배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합쳐지면 매출이나 시장 점유율 순위에 변동이 생길 것”이라며 “쌍방울은 면 소재 의류, 남성 내의에 강하고, 비비안은 여성 란제리를 주로 생산하는 만큼 주력 상품이 달라 상호 시너지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방울은 비비안을 인수하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남영비비안은 해외 진출을 추진했다가 사업을 접고 내수 시장에 주력해왔다. 반면 쌍방울은 토종 속옷업계가 해외 진출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중동 등 해외 진출을 진행 중이다. 쌍방울 측은 “러시아 등 광림의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수출시장 다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원활한 인수를 위해 후속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쌍방울은 해외 속옷 브랜드의 활발한 국내 진출, SPA 브랜드의 속옷 라인 확대 등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내수 시장에서도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쌍방울은 최근 종전의 낡은 이미지를 벗고 디자인 다변화,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채널 확대,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소비자와의 소통 등을 시도하고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른 ‘자기 몸 긍정주의’ 추세에 따라 란제리 브랜드 샤빌의 ‘더편한브라’의 품목을 확대하는가 하면 Y존 토털 케어 브랜드 ‘질경이’와 협업을 통해 남성을 위한 ‘트라이X매너맨(TRY X MANNER MAN)’ 기획세트를 출시했다. 올 연말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민 내의라는 레트로 이미지를 젊은 소비자들과 나눈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