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손해보험시장의 빅5(PVI, Bao Viet, BaoMinh, PTI, PJICO)는 모두 국영 보험사다. 빅5의 시장점유율은 7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굳건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M&A로 시간과 노고를 줄이며 시장 진입을 노린다. 현지 보험사들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탄탄한 자금력, 풍부한 사업 경험, 선진 경영기술 등의 장점을 활용해 사업 경쟁력 강화하고 해외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사무소 진출 24년…시장 탐색은 끝났다= KB손해보험은 지난 1995년에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2004년에는 베트남 UIC(United Insurance Company) 합작법인에 3% 지분을 인수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화재보험, 재물보험, 적하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베트남 손해보험시장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지분투자를 통한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해있다. KB손보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UIC 지분을 늘리거나 또 다른 보험사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금융사 AXA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17%가량을 인수해 바오민(BaoMinh)보험의 2대 주주가 되는 안을 검토했으나 최종협상 단계에서 철회한 바 있다.
바오민보험은 1994년에 설립된 국영 보험사다. 베트남 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SCIC(State Capital Investment Corp)가 1대 주주로 전체 지분의 50.7%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10% 안팎의 업계 3위 보험사다. 바오민보험의 순자산은 9560만 달러, 원수보험료는 1억5260만 달러 수준이다. 베트남은 바오민보험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바오민보험 민영화 계획…공개매각 재도전=KB손해보험은 바오민보험의 민영화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손상재 사무소장은 “바오민보험은 원래 로드맵에 따라 올해 안에 민영화가 진행돼야 하는데, 외국인 지분한도율을 49%에서 100%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변경 절차로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바오민 내부적으로는 매각을 위해 내부 자산 재평가 작업을 하는 중이며, 이 상태라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진행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로드맵대로면 지난달 민영화를 진행하고, 공개매각을 해야 했다.
KB손해보험은 많이 남지 않은 현지 손보사 지분인수 기회를 고려해 바오민 민영화 과정을 포함해 현지사들의 전략적 투자 유치 니즈들을 상시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특히 이번 바오민 매각 건은 소수지분 참여가 아닌 경영권 인수 건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바오민보험 1대주주인 SCIC가 가진 지분 50.7%를 한꺼번에 사들일 곳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손 사무소장은 "이 경우에는 회사의 경영권을 사는 경우가 것이라 다른 딜과는 다르다“며 ”경영권프리미엄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KB손보는 UIC의 자본금을 늘려 지분을 늘리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KB손보의 베트남시장 경쟁력은 충분하다. 주목되는 건 KB금융그룹 계열사간의 시너지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과 KB증권, 최근 개소한 자산운용까지 주력 계열사들이 베트남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서로에게 고객을 소개해주는 등의 공동영업을 하며 시너지 창출에 힘쓰고 있다.
손 사무소장은 “결론적으로 KB손보의 장기적인 목표는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그 방법으로는 UIC내에서 지분을 올리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현지보험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으며 신설 법인을 준비할 수도 있다. KB손보는 다양한 방안을 저울질하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