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언급하며 유명해진 말이다.
22일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진행한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와의 인터뷰는 이와 맥락을 나란히 했다. 우리나라의 비전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4차산업 원천기술에 달렸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윤 대표는 “새로운 산업이 나오려면 버블이 필요하다”며 “2000년대 초 인터넷 버블을 통해 지금의 네이버가 나왔고, 다음으로 모바일 버블이 일어나며 카카오가 나왔다”고 전제했다.
이어 “현재는 바이오 버블로 임상실패 경험들도 있지만 그리 멀지않은 장래에 글로벌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바이오 이후의 버블은 4차산업 분야 테크”라고 내다봤다.
거품이 낀 신산업에 모두 달려들어 수년간 투자하더라도,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이 하나만 나오면 이런 국가적 손실을 상쇄시키고 남는다는 게 윤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기술 기반의 벤처기업이 많이 나와야 되는데 AI 분야만 해도 투자할 국내 개발사가 적다”며 “과학자와 엔지니어 인재들이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상장 환경 등 인프라를 조성해주면, 여기에 벤처캐피탈(VC)은 리스크를 걸고 투자하는 역할을 해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또 “4차산업 기술은 1위가 세계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핵심기술이 없으면 우리가 기술속국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4차산업 테크는 국가 생존문제”라고 전망했다.
최근의 한일관계 역시 정치적 문제를 넘어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벌어진 국제적 경제 전쟁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이번 이슈로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계기가 됐다”며 “유니콘 기업들을 보면 서비스와 유통에 집중됐는데 테크는 없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3~5년 정도 집중 투자하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업들이 서서히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LB인베스트먼트 출신인 그는 2012년 초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LB인베스트에서 호흡을 맞추던 박정운 상무가 2년 뒤 합류했다.
회사는 현재 11개 펀드를 통해 약 4300억 원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초기기업 투자가 67%를 차지한다.
더 작은 규모의 엔젤투자를 위한 슈미트는 2017년 자회사로 설립됐다. 현재 DSC인베스트 구성원은 15명(심사역 10명), 슈미트는 4명 규모다.
DSC인베스트의 심사역은 30대 후반~40대 초반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전통적 제조업에 익숙한 선배 연령대보다 바이오나 정보통신기술(ICT) 등 새로운 분야의 이해도가 높다는 전언이다.
윤 대표는 “11개 운용 펀드 중 처음으로 1호 조합의 청산에 곧 들어간다”며 “내년 상반기에 1000억 원 이상 규모로 추가 조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DSC인베스트의 첫 번째 블라인드 벤처펀드인 ‘드림제1호KU-DSC그린투자조합’은 올해 말 청산 예정이다. 현재 멀티플 2.0배, 내부수익률(IRR) 17%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 포트폴리오로 꼽히는 카카오는 22억 원을 투자해 멀티플 4.7배, IRR 121.0%를 기록했다. 33억 원을 투입한 하이즈항공은 멀티플 3.9배, IRR 146.4%를 거뒀다.
30억 원대를 투자한 플리토와 아이큐어도 각각 4배가 넘는 멀티플을 나타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경우 80억 원을 투자했는데 시가기준 평가금액을 반영하면 멀티플 8.6배, IRR 292.5%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윤 대표는 “운용자산(AUM) 규모를 키워 순위 경쟁을 하기보다는, VC의 역할이 뭔지에 포커스를 맞춰 나가겠다”며 “긴 안목으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트리거 역할을 하는 게 회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