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사진> KEB하나은행장이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되는 첫날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를 만났다. 자사 앱 '하나원큐'의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고도화 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오픈뱅킹이 도입되면서 하나의 은행 앱으로 모든 은행 계좌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서비스에 뒤처지는 앱은 고객의 스마트폰에서 가차없이 삭제된다. 경쟁사 가입자를 유치할 수도 있지만, 주 거래고객을 잃을 수 있는 기회이자 위기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 행장은 30일 오전 김 대표를 만나 티타임을 가졌다. 은행장이 기업인을 만나는 일은 통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시기상 지 행장이 김 대표를 만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짧은 만남 이었지만, 지 행장은 김 대표와 금융과 배달업의 협력 사업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맞춤형 고객전략'을 통해 오픈뱅킹 경쟁에서 경쟁사들 보다 한 발 앞서가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실제로 지 행장은 그동안 배달의 민족을 업계 1위로 만든 정교한 소비자 패턴 분석력에 관심을 보여왔다. 지 행장이 배달의 민족이 운영하는 고객 맞춤형 주문 메뉴 추천 알고리즘 방식을 하나은행 금융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후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사업제휴를 추진하기 위해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신한은행은 지난 8월 카이스트와 손잡고 한 발 앞서 자체 AI 알고리즘 기술 개발에 나선 상태다. 신한금융그룹은 국내 금융사 최초로 카이스트와 금융 특화 AI만 연구하는 전문 센터를 열었다. 여기서 개발된 소비패턴·알고리즘 개발해 은행·카드 등 영업현장 반영할 계획이다.
사업협력과 관련해 배달의 민족 측은 "우리은행이 주거래 은행이었는데 최근 하나은행도 추가했다. 사업적인 내용보다는 서로 안부정도 주고 받는 티미팅을 했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KEB하나은행은 지난 1월 배달의민족과 제휴를 통해 연 0.5% 우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간편 대출 상품 '이지페이론'을 출시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