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칼럼] 혁신의 ‘의미 있는 단순함’이란

입력 2019-1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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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에린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교수

이전 칼럼에서 혁신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 창업자가 중요히 고려해야 할 점이, 소비자 입장에서 보는 인지적, 시각적 그리고 사용적 단순함이라 강조했다.

실제 단순한 모델은 이해하기도 쉽고 사용하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모델을 마켓에 내보내는 생산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마켓에서 받는 피드백 적용도 용이하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과 혁신 상품에 기능과 디자인 요소를 무조건 적게 구성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원칙도 이에 따른 역의 효과가 있는데, 기능과 디자인을 단순화하면 소비자가 쉽게 싫증을 낼 가능성이 커지고, 마켓 경쟁이 치열해지면 차별화가 힘들어진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혁신의 성공은 절대적 단순함이 아니라 ‘의미 있는 단순함’을 추구하고 부여할 때 가능하다. 물론 필요 없는 요소를 빼는 것이 그 기본이긴 하지만, 의미 있는 단순함은 모델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경험(Core experience)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소를 부각하면서 단순화하는 것이다.

의미 있는 단순함을 추구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비즈니스 모델과 혁신 상품 개발에 있어 새로운 속성을 더하면 훨씬 더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달해 많은 것이 가능한 현실에, 창업자나 개발자들에게 소비자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여러 기능을 넣지 않는 것은 상당한 자제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것은 아무리 특정 기술이 완성되고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해도 그것이 제품 전체가 전달하는 핵심 경험에 부합하지 않으면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강조하는가에 대한 결정은 비즈니스 모델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한 미래 방향성이 중요하다. 즉 의미 있는 단순함은 비즈니스 모델이 추구하는 소비자 경험이 현 미션과 미래 비전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창업자가 모델이 전하는 ‘경험의 가치가 의미 있는 단순함을 추구하느냐’의 평가와 동시에 깊이 고려할 점이 그 경험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이다. 특히 모델이 전달하는 가치와 사용자가 만나는 접합점 역할을 하는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나 상품 디자인에서 ‘의미 있는 단순함’이 혁신의 성공을 좌우한다. 이도 역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창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나 전한다.

디자인에서 의미 있는 단순함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경험의 복잡함’과 ‘경험의 풍부함’을 구별하면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의미 있는 단순함이란 디자인이 경험의 복잡함(complication)은 줄이되 경험의 풍부함(complexity)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험의 풍부함은 상품과 서비스 역량과의 연결이 있기에 무조건 단순한 디자인으로 차별적 기능을 줄이는 것은 곤란하다. 이를 절충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으로 단순함을 추구하면서 상품이 역량을 뒤로 숨겨, 소비자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의 기능을 선택할 수 있게 디자인 원리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순차적 공개(progressive disclosure) 원리’라 하는데, 이의 가장 쉬운 예가 애플이 1970년 처음 선보인 컴퓨터 화면 디자인이다. 당시 PC 화면과 달리 애플의 화면 디자인은 반복적 요소를 제거하고 비슷한 기능을 한데 모아 통합, 메인 화면은 단순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면 속으로 들어가 더 다양하고 세련된 기능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원리로 만들어졌다. 현재 애플이든 PC든 모든 디바이스가 이런 디자인으로 나가게 한 큰 기여라 보겠다.

결국 혁신의 ‘의미 있는 단순함’은 ‘창업자가 마켓이 원하는 핵심 경험이 무엇일까’, ‘그 경험의 가치가 소비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통찰력에서 시작되어 구현된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이 주는 새로운 기능뿐 아니라, 현재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현재 옵션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답답한 점(pain points), 소비자가 혁신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이를 통해 어디에 깊이를 부여할 것인지를 무엇을 단순화시킬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의미 있는 디자인의 단순함을 통해, 이 경험의 구현이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경험의 복잡함을 지우고 기능적으로는 깊이를 부여해 사용자의 요구와 경험이 조화를 이루게 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눈에 띄고 예쁜 것이 반드시 좋은 디자인이 아닌 점도 이 때문이다. 디자인적인 미적 요소도 사용자의 경험이 제품의 핵심과 일치할 수 있도록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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