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물가를 기록한 후폭풍이 실효환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원화 명목실효환율(NEER·nominal effective exchange rate)과 실질실효환율(REER·real effective exchange rate) 간 격차가 또 벌어지며 16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급락에 실질실효환율 상승률은 60개국 중 13위에 올랐다. 직전 달에는 3위를 기록한 바 있다는 점에서 상승세가 가파르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겠다.
25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0월 한국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전월 대비 0.47%(0.5포인트) 상승한 107.49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률은 헝가리(0.59%)와 불가리아(0.50%)에 이어 세계 60개국 중 13위에 달한다. 영국이 1.40%로 상승률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멕시코(1.26%)와 폴란드(1.14%)가 그 뒤를 이었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은 0.74% 오른 반면, 일본(-1.15%)과 미국(-0.68%), 유로지역(-0.25%)은 하락했다.
이는 미중 간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다(원화 강세). 실제 10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13.42원) 떨어진 1184.13원을 기록했다.
명목실효환율도 0.69%(0.77포인트) 오른 113.04를 보였다. 이에 따라 명목과 실질 실효환율 간 격차는 5.55포인트를 기록해 2003년 7월 5.66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8~9월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10월 소비자물가도 0% 상승세(전년 동월 대비 기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0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 100 기준)보다 그 나라 화폐가치가 고평가(원화 강세)됐다는 의미이며, 낮으면 저평가(원화 약세)됐다는 뜻이다. 즉 이 수치가 상승하면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됨을, 하락하면 강화됨을 의미한다. 명목실효환율은 교역량만 가중 평균한 지표다. BIS는 3월 실효환율 발표부터 기존 61개국 중 베네수엘라를 뺀 60개국으로 집계 중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명목과 실질 실효환율 간 격차가 확대된 것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았기 때문”이라면서도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과 독일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절대적 개념보다는 상대적 개념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실제 같은 기간 명목실효환율과 실질실효환율 간 격차는 미국의 경우 5.8포인트로 지난해 12월(5.98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독일도 5.16포인트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