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의 역설'…개인은 줄고 즉석밥ㆍ도시락 덕에 기업은 늘고

입력 2019-12-03 07:00 수정 2019-12-0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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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지만 식품기업의 쌀 수매량은 늘어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일 통계청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을 기록했다. 10년 전(75.8㎏)과 비교하면 쌀 소비량이 10㎏ 이상 줄어든 셈이다. 1979년 1인당 쌀 소비량이 136㎏에 비하면 소비량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기업의 쌀 구매량은 HMR(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HMR 시장을 선도하는 CJ제일제당은 쌀 시장의 대표적인 ‘큰손’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즉석밥 햇반에 이어 햇반컵밥, 냉동밥 등 쌀을 원료로 한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올해 국산 쌀 구매량이 전년보다 36% 증가한 6만 톤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의 쌀 구매량은 2001년 800톤에 불과했으나 10년 만인 2011년 1만3000톤으로 16배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4만4000톤으로 물량이 늘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쌀 구매량 증가율은 20%를 웃돈다.

맛있는 오뚜기밥 등으로 즉석밥 시장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오뚜기도 가공식품용 국산쌀 구매량이 2015년 1만 톤, 2016년 1만5000톤, 2017년 2만 톤, 2018년 2만1000톤, 올해 3만 톤을 기록하며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의 쌀 구매량 증가에는 즉석밥과 함께 쌀을 활용한 메뉴 다양화가 한몫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가정간편식 국내 출하 실적은 2013년 1조6058억 원에서 2017년 2조7421억 원으로 약 70% 급증했다. 2022년 가정간편식 출하액은 5조 원을 웃돌 전망이다.

CJ제일제당에 이어 오뚜기와 동원F&B가 즉석밥 시장에 가세하고 식품 기업들이 너도나도 ‘밥’을 활용한 HMR를 선보이면서 기업의 쌀 구매량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는 보관기간이 긴 냉동밥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2009년 풀무원에 이어 2013년 CJ제일제당이 비비고 냉동밥을 출시하면서 본격화된 관련 시장은 현재 1000억 원까지 성장했다.

후발주자인 아워홈은 올해 냉동 도시락 브랜드 ‘온더고’를 론칭하고 냉동밥 시장에 뛰어들었다.

풀무원의 냉동밥 ‘황금밥알 200℃ 볶음밥’은 출시 두 달 만인 10월 비비고 냉동밥의 아성을 넘어섰다. 10월 국내 냉동밥 시장점유율 1위(닐슨 기준)에 오른 제품은 ‘갈릭&새우’다.

SPC삼립도 쌀 구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간편식 ‘덮밥’, ‘국밥’을 출시하며 HMR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는 SPC삼립의 쌀 소비량은 2017년 37톤에서 지난해 60톤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10월까지 누적 쌀 구매량은 124톤으로 전년의 두 배를 이미 넘어섰다.

여기에 편의점도 도시락, 주먹밥, 삼각김밥 등 쌀 제품이 든든한 한 끼로 자리 잡으면서 쌀 구매량을 끌어올린 원동력으로 꼽힌다.

편의점 업계 1위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지난해 쌀 구매량은 1만4800톤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1만2500톤) 대비 18.4% 증가한 수치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CU의 도시락 매출액이 전년 대비 계속 신장했고 올해(1~11월) 매출액 또한 전년 대비 11.6% 증가한 점에 비춰봤을 때, 쌀 관련 제품 판매 호조가 구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개인의 쌀 소비 감소는 경제 성장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 증가는 식품 소비 구조의 다양화, 고급화로 이어져 축산물, 수산물, 과일, 채소, 유지류 등은 소비가 늘어나지만 주식은 밀가루와 다른 식재료에 밀려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1인당 쌀 소비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즉석밥 컵밥 등 간편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쌀을 포함한 기업의 곡물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편의점 등 간편식을 접하기 쉬운 판매 채널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쌀 소비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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