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경쟁력 종합 순위는 상승한 반면, 노동시장 순위는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유연성 부문에서는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국가경쟁력 종합순위는 지난해 15위(전체 140개국)에서 올해 13위(141개국)로 2계단 올랐다고 4일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6개국과 비교하면 10위다. 이에 비해 노동시장 순위는 같은 기간 48위에서 51위로 3계단 하락했다. OECD 국가 중 27위다. 하위 25%다.
WEF 노동시장 평가는 크게 ‘유연성’과 ‘능력주의 및 보상’으로 구성된다.
그중 ‘유연성’은 △노사협력 △정리해고 비용 △고용ㆍ해고 관행 △임금 결정의 유연성 △적극적 노동정책 △근로자 권리 △외국인 고용의 용이성 △내부 노동 이동성 등 세부항목 8개의 평균치다.
한국의 유연성은 54.1점으로 OECD 평균(63.4점)보다 낮았다.
WEF 조사대상 141개국 중 97위, OECD 36개국 중에서는 34위다. 한국보다 노동 유연성이 낮은 OECD 국가는 터키(99위), 그리스(133위)뿐이었다.
한국은 유연성 평가 항목 중 특히 ‘노사협력’(130위), ‘정리해고 비용’(116위), ‘해고ㆍ고용 관행’(102위)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OECD 국가와 비교하면 ‘노사협력’은 꼴찌였고, ‘정리해고 비용’은 33위로 최하위권, ‘고용ㆍ해고 관행’은 25위로 하위권이었다.
한경연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세 가지 항목의 순위가 지속해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노사협력’은 2008년을 기점으로 순위가 떨어진 뒤 120∼140위에 머무르고 있다. ‘정리해고 비용’도 줄곧 100위권 밖으로 나타났다. ‘해고 및 고용 관행’은 최근(2017∼2018) 순위가 100위 안으로 상승했다가, 올해 다시 내려갔다.
‘유연성’ 세부항목 중 임금과 관련된 ‘임금 결정의 유연성’은 2009년 이후로 순위가 내림세를 보이다가 2019년에는 전년(63위)보다 21계단 떨어지면서 최근 11년간 최저치인 84위를 기록했다.
‘능력주의 및 보상’에서도 한국은 OECD 평균(72.0점)과 유사한 71.7점을 받았다.
WEF 조사대상 141개국 중 25위다. OECD 36개국 중에서는 18위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평가 기준을 보면 ‘임금 및 생산성’은 14위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과 같았다. ‘전문경영인 신뢰도’는 54위였다. OECD 국가와 비교하면 각각 6위, 28위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프레이저 연구소 등 다른 국제평가기관에서도 한국의 노동시장을 비효율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공통된 평가”라며 “국내외 불확실한 경기 여건으로 1%대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노동경직성이 일자리 절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랑스의 노동개혁을 참고해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정책의 속도 조절과 성숙한 노사관계, 해고 완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마크롱 정부 들어 해고 규제 완화, 근로조건에 대한 개별기업의 재량권 확장 등 노동개혁을 펼쳤다.
그 결과 마크롱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33위였던 노동 유연성은 올해 90위로 상승했다. 노사협력도 같은 기간 109위에서 92위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