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 산업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10년 만에 5배 성장한 20조 원대로 규모가 불어나면서 이 시장의 새로운 성장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전반이 성장하는 가운데 차별화된 전략과 비즈니스모델을 갖춘 업체만 살아남는 ‘옥석가리기’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화와 차별화로 불황 속 중고시장 성장=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는 1500억 원 규모로 번개장터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달 안으로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2011년에 설립된 번개장터는 국내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의 최강자로 꼽힌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은 모바일 세대에 최적화된 사용자경험(UX)과 높은 거래신뢰도다. 이를 위해 그간 중고거래에서 취약점으로 지적된 거래사기 피해를 감소시키고자 자체 에스크로인 번개페이나 번개송금, 번개보험 등 다양한 안전 거래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본인인증 절차만 거치면 ‘물품 등록→흥정→직거래 및 택배거래→거래 후기 등록’로 이어지는 중고거래 전과정이 모바일 앱 하나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에 번개장터는 2016년 11월 거래액 집계를 시작한 이후 36개월 동안 연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14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올해 사상 첫 연간 거래액 1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현재 중고거래 시장에서 네이버 카페로 시작한 중고나라가 톱 티어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모바일에서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의 업체들의 성장이 돋보이고 있다.
2003년 인터넷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는 회원 수가 무려 2100만 명을 넘었으며, 올해는 연간 총 거래액이 3조50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카페에서만 머물던 중고나라는 2014년 법인을 설립, 2016년 모바일 앱을 출시하며 적극적 사세 확장을 통해 거대 중고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나갔다. 중고나라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현재는 재활용품 방문 수거 서비스 ‘주마’와 공동구매 서비스 ‘비밀의 공구’, 중고처 거래 서비스 ‘중고나라 중고차’, 인증 받은 셀러만 물건을 팔 수 있는 ‘평화시장’ 등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당신의 근처에서 만나는 마켓’이라는 이름의 당근마켓은 누적 다운로드수 800만 건을 기록하며 업계 2위로 급성장했다. 연간 거래액은 지난해 2178억 원에서 올해는 8월까지 3393억 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은 중고거래에 로컬 커뮤니티를 결합시킨 점이다. 동네 반경 6㎞ 이내 사용자와 거래하는 방식으로, 동네 이웃과 직거래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간 신뢰 문제를 극복했다.
또 자연스레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어 동네 구인구직, 부동산, 지역업체 소개 등 우리동네 홍보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당근마켓은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수익을 지역 광고로부터 벌어들이고 있다. 동네 업체들의 서비스 희망 지역을 정확히 타겟한 점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모펀드·벤처캐피털도 투자 잇따라… 유망투자처로 급부상= 이처럼 중고 거래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관련기업들은 대기업,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 등 투자업계에서 유망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에 매각되는 번개장터를 비롯해 중고나라는 지난해 NHN페이코·JB우리캐피탈·키움증권에서 100억 원을 투자받은데 이어 올해는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 등의 국내외 투자사들로부터 200억 원 추가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또한 당근마켓도 올해 9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인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탈,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400억 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액은 480억 원이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로 산업 전반에 걸쳐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쇼핑 트렌드가 정착된데다 스마트폰 앱의 발달로 쉽고 간편하게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레 중고거래 시장은 확대됐다”며 “10~20대인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 겨냥에 최적화되어 있는 중고 거래 산업은 앞으로도 그 시장이 더욱 커져갈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 섹터로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IB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중고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지속해서 커지면서 이를 기반으로 업체들이 다양한 사업을 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며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