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다. 올해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마지노선인 100%에 근접하면서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7200억 원가량 줄었다. 여기에 실손보험 적자, 장기보험 손실 확대 등으로 추가 손실 확대를 피할 수 없다. 업계 안팎에서는 보험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손해보험사 자동차 손해율은 대부분 100%를 초과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각각 100.8%와 100.5%로 조사됐다. KB손해보험은 99.6%, DB손해보험은 100.8%로 나타났다. 롯데손해보험은 손해율이 122.8%에 달했다. 올해 11월 누적 손해율 역시 삼성과 현대, KB, DB 모두 90% 이상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11월 손해율 100% 이상 기록한 곳은 흥국화재 한 곳뿐이었다.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은 77~80%다.
업계는 올해 자동차보험에서 영업적자가 1조5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겨울철에 교통사고와 차 고장이 빈번해 적자 규모가 10∼12월에 더 커지기 때문이다. 10월 누계 기준까지의 적자 규모는 1조362억 원이다.
보험사는 손해율 상승 보전을 위해 5% 안팎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부터 손해보험사는 손해율 고공행진에 보험료 인상을 거듭 추진해왔다. 이에 업계는 올해 초 7% 이상 보험료 인상을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 두 번 보험료가 인상됐지만 인상폭이 적어 손실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자보료 인상 억제로 내놓은 친환경 부품이나 대체부품 사용 권고는 디자인 특허권 등의 문제로 무용지물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실손보험 등 장기손해보험 손실 규모 확대도 부담이다. 올해 3분기까지 장기보험은 총 3조3000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사업비 지출 확대와 실손보험 등 보험금 지급 증가로 손해액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지난해 대비 손실액은 48%(1조1000억 원)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 가까이 치솟아 보험사는 내년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보험료 인상 지체는 손해보험사 실적 악화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손해보험사 1~3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6%(7000억 원)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8000억 원 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2044억 원 손실보다 303% 이상 증가했다. 올해 자동차보험 원수 보험료가 5000억 원 이상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더 큰 셈이다.
손해보험사는 일찌감치 칼바람에 대비해 조직 축소와 비용 절감에 나섰다.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은 임원 규모를 줄였고,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은 조직 체계 단순화로 실무 능력 강화에 나섰다. 또 내년 사업계획 수립 때 사업비 축소 등 비용절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인 보험료 인상은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물가와 직결돼 금융당국은 늘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인 생각이다. 실손보험은 11일 공사보험협회의체 회의가 진행되지만 업계가 원하는 인상폭에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