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은 세계 3위의 인구로 우리나라 인구의 13배 수준인 6억5000만 명이며, 경제규모 GDP 세계 5위로 35세 이하 연령이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있어 젊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즉, 소비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고 중산층 인구의 증가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구매력이 증가하고 있는 곳이 아세안 시장이다. 특히 K-Pop 등 한류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어 한국산 농식품의 진출 여건에 상당히 경쟁력이 있는 시장이라 할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아세안 지역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의 컨트롤 타워로 기존 하노이지사를 2018년에 아세안지역본부로 격상했고, 올해 5월 베트남 호찌민지사를 신설하는 등 아세안 지역에 대한 농수산식품 수출 지원체계를 확대 구축한 바 있다. 더불어 2020년부터는 아세안지역본부가 수출 지원뿐만 아니라 수입품목 정보조사 업무까지 확대하여, 국내 절대 부족 농산물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과 원활한 수급체계 유지를 위한 아세안 지역 거점 역할을 할 계획이다.
실제 아세안에 대한 한국 농식품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2004년 1억7129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14년이 지난 2018년 17억5576만 달러가 수출되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딸기, 포도, 배, 버섯 등 신선 농산물은 일본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큰 주력 시장으로 성장했다. 더불어 아세안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K-Food로는 불닭볶음면과 같은 면류로 한국에서 보지 못한 제품을 현지 마트에서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높다. 특히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와 함께 먹방의 국경 없는 유행으로 국내 및 현지 인플루언서들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K-Food의 인기가 더욱 커지는 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올해 한국산 신선 양파의 경우 베트남에만 6500톤, 아세안 전체 1만2000톤을 수출했고, 한국산 딸기는 아세안 지역으로 2760톤을 수출해 아세안 지역의 대표 K-Fresh Food가 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체계적이고 세분된 전략이 필요하다. 젊고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범아세안 시장도 고려해야겠지만, 지리적으로는 근접하나 각기 다른 고유의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별 문화와 특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즉, 아세안이라는 경제 공동체로 묶여 있기는 하지만, 해당 시장의 소비 트렌드를 잘 이해해야 한다. 아세안 시장은 갈수록 식품안전 기준이 강화되고 있으며, 가정 간편식(HMR) 소비 비중이 크며, 온라인 식품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내 품목의 타깃 시장이 어디인지 설정해야 한다.
두 번째, 아세안 지역 내 국가마다 요구하는 수입 관련 기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타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비관세 장벽을 보이는 아세안 시장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aT에서는 현지 수입 기준 정보, 소비, 유통 트렌드 등 수출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주요 수출국 수출업체 및 수입 바이어 대상 농식품 통관 애로 해소와 비관세 장벽 자문 제공 등을 통해 비관세 장벽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별·유통업체별로 맞춤형 품목을 선정하여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특히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세안 국가의 발달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유통업체 체인 등과 함께 현지 시장에 적합한 품목을 개발 단계에서부터 발굴해 현지에 진출하는 방법도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통상 불확실성 증가는 미·중·일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취약점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글로벌 무역전쟁 시대다. 특정 국가에 치우친 수출로는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동시에 현대의 무역은 치킨게임으로는 더 큰 성장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성장 잠재력이 큰 아세안 시장 내 각 수입 및 유통 주체들과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 우리 농식품의 수출길도 더욱 넓어지고, 다양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