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사전 예고도 없이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특히 동별 ‘핀셋 지정’을 강조해왔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구별 ‘무더기 지정’에 나서면서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의 사정권 안에 넣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도 대상 지역을 확대한 것에 대해 시장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12ㆍ16대책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은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등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영등포ㆍ동작ㆍ양천ㆍ서대문ㆍ중ㆍ광진구 등 13개 구의 전체 동과 강서ㆍ노원ㆍ동대문ㆍ성북ㆍ은평구 등 서울 5개 구 내 37개 동으로 추가 확대됐다.
과천ㆍ광명ㆍ하남시의 총 13개 동도 상한제 대상에 포함했다. 이로써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는 동수 기준으로 기존 27개 동에서 322개 동으로 늘게 됐다.
그동안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규제를 피해갈 우려가 있는 정비사업 대상 지역과 집값 급등 지역에만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며 동별 ‘핀셋 지정’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12ㆍ16 대책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서울은 물론 수도권으로 대폭 확대했다. 상한제 대상 지역 발표 이후 대상에서 제외됐던 서울 양천ㆍ동작ㆍ광진구와 경기도 과천ㆍ하남ㆍ광명시 등지의 집값 상승폭이 가팔라지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6일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지정 이후 동작ㆍ양천ㆍ과천 등 미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작용하면서 국지적 과열이 발생했다”며 “이와 함께 공급 부족 우려로 강남권 재건축발 가격 상승세도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명확하지 않은 지정 기준으로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논란이 일었던 동작구 흑석동과 경기도 과천시, 당장 정비사업에 따른 분양이 임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외했던 목동과 경기도 광명시, 하남시까지 상한제 대상 지역에 포함시켰다.
이로써 강남뿐 아니라 강남 외 지역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ㆍ재개발 정비사업까지 상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분양가 상한제 지역을 확대해 고분양가 및 풍선효과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시장 조사체계ㆍ청약 규제를 강화해 거래 질서를 투명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지정이 일시적으로는 주택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강도 높은 대책 발표로 서울 및 수도권 주택시장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분양가 상한제 지역 확대로 비강남과 수도권 재건축ㆍ재개발 단지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단기적으로는 사업 위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축을 중심으로 매수 수요가 늘 수밖에 없는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실질적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내년 4월 전까지는 신축 중심으로 매수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며 “이번 상한제 확대 방안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감을 낳아 신축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