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의 공시 위반 건수가 1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제 상황 악화로 자금조달 공시에 대한 번복 사례가 많았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코스닥에서 공시 번복이나 공시 지연 등 공시 위반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된 건수는 총 117건이다. 지난해(101건)보다 15.8% 증가한 수치로 2009년(125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다.
불성실공시 지정 건수는 최근 2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2017년 71건이던 공시 위반 사례가 이듬해 101건으로 늘더니 올해 117건에 달했다.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은 코스닥 공시 건전화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공시 위반 증가세를 막지 못했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해 4월부터 불성실공시법인의 1년간 누적 벌점이 15점 이상이면 즉시 상장 실질 심사 대상이 되도록 규정을 바꾼 바 있다. 이전에는 1년간 누적 벌점이 15점 이상일 경우 관리종목이 되고, 이후 1년간 15점이 더 쌓이면 상장 실질 심사 대상이 됐다.
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가 증가하면서 불성실 공시도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코스닥 신규 상장사는 매년 증가 추세다.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108개사(연말 상장 예정 기업 포함)로 최근 4년 중 가장 많았다. 2016년 82개였던 신규 상장사는 2017년 99개, 지난해 101개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며 올해 말까지 총 1399개사로 늘어날 예정이다.
올해는 특히 재무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들이 유상증자 결정이나 전환사채(CB) 발행 등 공시를 냈다가 철회하는 사례가 많았다. 불성실공시 지정 사유 중 유상증자 철회는 16건, CB 발행 철회는 11건이었다. 부실기업들의 자금조달 계획이 투자자의 외면으로 무산되며 기존 공시를 번복하는 위반 사례가 발생했던 셈이다.
누적 벌점이 ‘10점 이상 15점 미만’인데도 주식을 정상 거래할 수 있는 기업은 10개사에 달했다. 불성실공시 벌점은 위반사안의 경중에 따라 통상 5점 내외로 부과되기 때문에 누적 벌점 10점 이상일 경우 공시 규정을 한 번만 위반해도 상장 실질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거래소도 불성실공시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공시 건전화 방안에 있는 공시시스템 컨설팅 등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며 “현재 진행 중인 불성실공시 예방교육과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공시시스템 컨설팅이란 중소 혁신기업 등이 체계적 공시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맞춤형 밀착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거래소는 불성실공시 가능성이 큰 ‘고(高)위험군 기업’을 선정하고 해당 기업에 대한 공시의무 관련 현장 방문교육 및 주의사항 사전 점검을 실시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