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를 비롯한 세계 반도체 업계가 줄줄이 감산행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선두기업인 삼성전자가 감산계획이 없다고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방침은 타사의 감산이 자사의 시장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생산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긴 했지만, 채산성과 기술력이 충분해 감산하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선두 수성을 뛰어넘어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사기관 가트너는 지난해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매출규모 590억 4600만 달러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163억2000달러로, 전 세계 시장의 28%를 점유했다. 이는 15%로 2위를 기록한 하이닉스(91억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3위와 4위 업체인 마이크론와 인피니언도 각각 42억7700만달러, 40억1500만달러로 시장의 7%씩을 점유하고 있을 뿐이다.
분야별로도 아이서플라이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PMP와 MP3플레이어용 컨트롤러 시장의 38.1%를 차지하면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LCD 등의 디스플레이 화면을 표현하는데 사용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분야를 집계한 가트너도 삼성전자가 지난해 1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세계 시장의 18%를 점유했다 집계했다.
이 밖에 네이게션용 AP와 스마트카드칩도 지난해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세계 반도체 업계의 감산은 선두 자리를 더욱 지켜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영업이익률 또한 올 상반기 삼성전자만 6%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업계는 높은 채산성과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세계 반도체 업계가 감산을 할 때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의 입지를 높이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하이닉스와 일본 엘피다, 대만 파워칩 등이 감산을 선언 한 것은 타 업체들도 동참해 주길 바라는 의도가 있겠지만, 채산성과 기술력이 월등한 삼성전자가 동참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