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전기차 충전료가 40%가량 오를 전망이다. 승용차 운전자는 물론, 특히 1톤 트럭이나 택시 등 전기차를 선택한 영세 사업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전력요금 할인은 2016년 3월 전기차 보급 확대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전기차 소유자와 충전서비스 사업자의 충전기를 대상으로 기본요금을 면제하고, 전력량요금(충전시 내는 충전비)은 50% 할인하는 제도다.
한전은 이 제도를 2022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없애기로 했다. 당장 올해 7월부터 기본요금 50%, 전력량요금은 30%로 할인 폭을 줄이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그 폭을 각각 25%와 10%까지 내린다. 2022년 7월부터는 모든 할인 제도가 사라진다.
이에 따라 당장 올 하반기부터 전기차 충전요금은 40%가량 오른다. 할인 폭이 축소돼 현재 1kWh 당 173원 수준인 전기료가 240원 남짓까지 인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 코나를 예로 들면, 현재 연간 40만 원 수준인 충전비는 55만 원으로 오른다. 경유차와 비교해 36% 수준이던 연료비가 50%로 늘어나는 셈이다.
장기적으로 할인 제도가 완전히 폐지되면 충전요금은 이보다 더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8개의 민간 전기충전사업자들이 더는 할인받지 못하는 기본요금을 소비자에게 부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본요금은 충전기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해 사업자로선 부담이다. 중소 충전 사업자를 중심으로 파산의 우려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은 "현재 1만4000기 수준인 충전기 숫자가 반 토막 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요금 할인제도의 폐지가 전기차 이용자의 부담과 불편을 가중하고, 신규 전기차 구매 수요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렴한 충전요금은 전기차를 구매하는 주요한 이유로 꼽혔다. 친환경 자동차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 사무국의 지난해 조사 결과 응답자의 49%가 전기차 구매를 결심한 이유로 ‘저렴한 연료비’를 언급했다.
정부도 저렴한 연료비를 유인으로 활용해 전기차 보급률을 높여왔다. 지난해 현대차 코나 EV는 2018년 대비 21% 늘어난 1만3587대 판매될 정도로 전기차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전은 충전요금이 올라도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연료비가 저렴하다는 입장이지만, 전기차를 이미 보유한 운전자의 지출이 커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영세 사업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1톤 트럭 포터와 봉고의 전기차 모델을 연이어 출시했다. 포터는 지난달 출시 나흘 만에 총 2555대가 판매될 정도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고, 1호 차 전달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참석했다.
두 차종이 200㎞가 넘는 주행거리를 확보했다지만, 장거리 운행이 많은 트럭의 특성상 운전자가 연료비에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김필수 협회장은 “1톤 트럭 운전자들은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자체에서 정책적으로 보급을 늘리고 있는 전기 택시 사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시에는 총 491대의 전기 택시가 운행 중이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전기 택시 운전기사들은 저렴한 연료비 때문에 작은 차체와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다”며 “충전요금이 오르면 전기 택시를 운행할 이유가 사라진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LPG 연료비를 할인하는 것처럼 택시만이라도 전력 충전요금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