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가 1월 말 단행되는 가운데 최대 희생양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영국 자동차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적용되는 영국 내의 모든 규정들이 유럽연합(EU)의 규정과는 서로 맞지 않는 것이 많을 것이며, 그런 변화가 일부 기업에는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서 “기업들이 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자동차업계가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 자동차제조업협회는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이같은 방침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영국 제조업과 소비자 선택에 악영향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자동차업체들은 단일 규정 아래 EU와 영국 전역에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지만 브렉시트 이후는 상황이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EU 규정에 의하면 가스 배출 기준에 맞추기 위한 차량 개조, 충돌 시험 등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영국을 포함한 단일 시장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이 강화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무거운 과징금이 부과된다.
만일 EU 기준을 버리고 영국 자체 규정에 따르게 되면 영국에서 판매를 원하는 기업들은 현지 규정에 맞추고자 별도의 부담을 안아야 한다. 즉 영국 시장에 맞는 차량 생산에 따른 비용이 새롭게 발생하게 된다.
시장 축소도 우려된다. 유럽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은 연간 1500만 대 규모인데 반해 영국 시장은 230만 대에 못 미친다. 영국 자동차업계가 EU 규정에 남아 있길 원하는 이유다.
마이크 호스 영국 자동차산업협회(SMMT) 대표는 “앞으로 EU에서 독립한 뒤에 높아질 관세와 다른 무역 장벽을 피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수출 대상국과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업의 비용이 크게 증가해 수십억 달러가 추가로 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 자동차업계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판매 감소와 투자 부진에 허덕히고 있다. 영국 자동차업계의 유럽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다. 자동차 관련 부품의 수입과 수출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영국에서 생산된 차량의 80%가 수출되는데 이중 절반이 EU로 간다.
지난해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영국 자동차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4500명을 해고했고, 닛산도 선덜랜드 공장에서 신형 엑스트레일 생산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더해 자비드 장관의 ‘마이웨이’ 발언이 안그래도 부진에 허덕이는 영국 자동차업계에 근심거리를 더해주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