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HSBC는 "최근 세계 금융시장 상황에서 외환은행의 자산가치 등 모든 요소들을 감안해 론스타와 맺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외환은행 인수계약은 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체결된 것"이라면서 "8월 11일 금융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승인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으나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더불어 "론스타의 협상에서 이 거래가 HSBC에 수용 가능한 조건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안에 합의하지 못했다"면서 추가협상이 난항에 봉착한 것도 시인했다.
즉 론스타와의 가격 재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고 한국 정부의 승인도 지지부진해 인수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 보다는 최근 미국 금융시장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분 매각에 나선 모건스탠리를 인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도 HSBC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승인 의지가 있음을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으며, 이에 앞서 외환은행 노조측도 HSBC의 인수를 적극 환영하며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HSBC는 JP모간, 중국 씨틱은행 등과 함께 모건스텐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샌드 플록하트 HSBC 아태지역 CEO도 "세계 금융시장에서 자산가치의 상당한 변화를 감안했을 때, 지난해 체결된 인수 조건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HSBC 주주들의 최선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계약 파기의 배경이 다른 데 있음을 시인했다.
다만 그는 "HSBC는 한국에 여전히 투자의지를 갖고 있으며, 기존의 비즈니스에 주력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론스타측은 "HSBC가 계약을 파기하고, 본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환은행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일단 사실관계를 파악중"이라며 "공식 입장은 추후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당혹스럽기는 정부 당국도 마찮가지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최근 HSBC 측으로부터 계속해서 가격 협상이 잘 되지 않으면 계약 연장이 어러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최종적으로는 오늘 새벽 4시 30분께 딜이 무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미 정부가 HSBC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주주 승인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반외자 정서 문제 등 대외신인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안도감을 표했다.
결국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해 국내 은행권의 새판을 짜려던 HSBC의 야심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과거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했던 국민은행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금융지주체제로 전환하면서 M&A(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어서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하나은행 등 은행들도 외환은행 인수전에 적극 나설 전망이어서 국내 금융권에는 다시한번 회오리 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최영수ㆍ이승환 기자 cys@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