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법 집행당국 관리들만 사용할 수 있는 ‘백도어(Back Door)’를 이용해 세계 각국의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은밀하게 접근하는 시스템을 심어놓았다고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화웨이가 10년 넘게 이런 비밀스러운 능력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이를 고급 기밀 정보로 취급했지만 지난해 말 영국과 독일 등 동맹국들에 세부 내용을 전달했다. 미국은 과거 화웨이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에 확실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이제 전략적으로 태도를 전환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통신장비업체들은 이동통신사에 통신 개폐장치나 기지국, 안테나 등 하드웨어를 판매하거나 통신망을 구축할 때 법률에 따라 당국이 합법적인 목적으로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아울러 통신망 운영업체의 동의가 없다면 제조업체가 접근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장비를 구축해야 한다.
각 통신망에는 법 집행당국 관리나 허가받은 정부 요원만이 통신정보를 가로채기(Interception)’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법으로 엄격하게 통제돼 있고 각국마다 별도로 정해진 프로토콜을 따라야 한다.
미국 정부의 주장은 화웨이가 통신사들도 모르게 일부 제한된 정부 관리만이 쓸 수 있는 프로토콜을 자신들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정부 소식통들은 화웨이가 어떤 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는지 등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다른 통신장비업체들은 화웨이와 같은 능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보좌관은 “우리는 화웨이가 전 세계에서 유지·관리 및 판매하는 시스템이 민감하고 개인적인 정보에 비밀리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관리들은 화웨이의 접근을 실제로 관찰했는지 여부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들은 2009년 4G 초기 장비에서 이를 처음으로 목격한 이후 화웨이의 백도어 사용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거센 압박에도 영국 정부는 지난달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5G 인프라 구축에서 민감하지 않은 부문에 대해서는 화웨이의 시장진출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관리들은 WSJ의 이날 보도와 관련해 화웨이에 대해 미국이 제시한 증거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결정을 내릴 당시 이런 요인들에 대한 분석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통신망 보안과 고객의 데이터를 손상시키거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동을 해 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정부 주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