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12배 가까이 폭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업 대란이 현실화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해고가 잇따르면서, ‘반세기만의 최저 실업률’을 자랑했던 미국 고용시장의 초장기 호황도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노동부는 3월 셋째 주(15~21일)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28만3000건으로 집계됐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전주(8~14일)의 28만2000건과 대비했을 때 무려 12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며,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00만~200만 건 또한 웃돌았다.
지난 1982년 2차 오일쇼크 당시 세워진 종전 기록 69만5000건을 가볍게 뛰어넘는 사상 최대치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65만 건까지 늘어난 바 있다.
이미 둘째 주 실업수당 청구가 28만 건을 웃돌면서 30%대 급증한 상황에서 셋째 주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이전에는 매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0만 건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약 300만 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매주 집계되는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추측할 수 있는 일종의 가늠자로 여겨진다. 실업수당 신청이 급증한 이유는 다수의 미국 주가 자택 대피령을 발령, 필수적이지 않은 업종의 영업을 사실상 중단시킨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당국의 의무휴업 지시 등의 여파로 3월 셋째 주부터 유통업, 접객업, 레저 분야를 중심으로 실직자가 한층 더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뉴욕, 뉴저지, 오리건, 켄터키, 콜로라도 등에서는 신규 실업수당 신청이 전주보다 많게는 수십 배로 증가하면서 한때 전산 시스템이 다운될 정도였다.
문제는 음식점 종업원, 매장 점원 등 당장 생계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서민층이 대거 실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해당 주에서 6개월 이상 취업해야 하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예산정책우선센터(CBPP)에 따르면 미국 51개 주 가운데 16개 주는 실업수당 신청자의 20%가량만 지급이 승인될 정도로 기준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충족해 실업수당을 받게 되더라도, 매주 평균 385달러(약 448만 원 수준이기 때문에 대출이자와 공과금 등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충격파가 실업 대란을 넘어 소비 위축으로 연쇄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