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브라운관 사업으로 시작한 삼성SDI는 최근 10년 사이 배터리 전문 업체로 변모했다. 살아남기 위한 변화의 과정이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각종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 사업을 정리한 후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고, 몇십 년 사용하던 사명을 바꾸기도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부터 LCD(액정표시장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1991년 삼성이 LCD 사업을 시작한 지 약 30년 만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말 아산사업장에서 대형사업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런 내용의 설명회를 개최했다.
LCD는 반도체, 휴대폰과 함께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핵심 사업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저가 물량공세로 LCD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하자 삼성은 차세대 'QD(퀀텀닷)' 디스플레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SDI가 브라운관과 PDP 사업에서 철수하고 배터리 업체로 변모한 것처럼 근본적인 업을 바꾼건 아니지만, 결국 시장성을 잃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사업에 투자키로 한 것이다.
LS산전은 최근 LS ELECTRIC(LS 일렉트릭)으로 사명을 바꿨다.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33년간 사용해 온 산전이라는 이름을 버렸다.
이전에 사용하던 '산전'(국문)과 'LS IS'(영문) 사명이 산업용 전기, 자동화 분야에 국한됐다는 판단에 따른 변화다.
회사는 지난해 말 글로벌 사업본부를 시설하는 등 파격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사명까지 변경하며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다.
구자균 회장은 "산업용 전력ㆍ자동화 분야 1등 기업의 역사를 써온 '산전'의 자랑스러운 이름은 이제 소임을 다했다"며 "LS ELECTRIC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무거운 책임감, 사명감을 안고 새 역사를 써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 핵심 계열사들은 현재 간판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기업 이름으로 OO에너지, OO화학 등을 쓰게 되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중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이천포럼에서 "과거엔 자랑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SK그룹 각 계열사는 기업명에서 업종을 빼는 대신 SK이노베이션처럼 회사의 지향점과 가치, 비전 등을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볼 수 있다"며 "불확실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다양한 시도를 할 수밖에 없고, 기존 정체성도 과감히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