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메모리 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한 지 이달로 1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 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비베모리 시장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4154억 달러(약 502조 원)로 전년 대비 0.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3.9%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비메모리 시장은 6.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메모리 시장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화상회의·온라인 판매 증가로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서버 증설 수요가 높아졌다. 기업의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로 반도체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스마트폰, 자동차, 소비자가전 등 전방산업의 수요 위축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는 모든 전자제품에 두루 사용되기 때문에 세계 경기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실적 전망치도 하향조정됐다. 지난 8일 발표된 증권사 리포트 6개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올해 시스템 반도체 매출은 약 16조 원 수준으로 전망됐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의 4분의 1수준이다.
이미지센서 시장도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에 따라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는 올해 이미지센서 시장 규모가 206억 달러로 전년 대비 7%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공개했으며, 올 2월에는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모바일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HM1’을 출시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코로나19 영향권 아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전 분기(17.8%) 대비 약 2%포인트 낮아진 15.9%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1위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해 18∼19%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해 올해 들어 20%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었으나, 트렌드포스는 오히려 전 분기에 이은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다만, 시스템 반도체 업황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회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삼성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시장이 재편될 수도 있다. 과거 반도체 회사들의 치열한 치킨 게임 끝에 살아남은 삼성전자가 특유의 ‘기술 초격차’를 발판 삼아 반등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반도체시장 상황이 어려울수록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유럽, 북미 지역 확산에 따라 2분기 비메모리 시장의 성장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앞으로의 상황이 반도체 기업의 감염병 대응 전략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