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인구 약 585만 명인 싱가포르는 한 달여 전만 해도 확진자가 160명대에 불과해 대만·홍콩 등과 함께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1월 말 재빨리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조기에 코로나19 대응에 착수해 2월 하순에는 신규 감염자가 ‘제로(0)’를 기록한 날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가 무색하게도 최근 들어 싱가포르에서는 누적 코로나19 확진자가 2500명을 넘어서는 등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다. CNA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부는 전날 233명이 새로 코로나19에 걸려 누적 확진자가 2532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191명의 신규 감염자 가운데 60%인 119명이 감염 경로를 모르는 사례였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감염 경로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례가 지속해서 늘어나면 봉쇄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12일부터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약국, 쇼핑몰을 찾는 고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싱가포르는 최근까지 건강한 국민에게는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자 방침을 급격하게 바꿨다. 자국에서 처음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1월 하순 경에는 지역 신문에 ‘건강한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는 광고를 냈을 정도였다.
전환의 시작은 이달 초였다.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자 리셴룽 총리는 ‘건강하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기존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싱가포르 정부는 무료로 마스크까지 배포했다. 그러면서도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는 않았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나선 것은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선 이후였다. 지난 11일 밤 기업 싱가포르(ESG)와 싱가포르 관광위원회(STB)는 공동 성명을 내고 “쇼핑몰과 슈퍼마켓 등은 다른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려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발표했다. 국립환경청(NEA)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40곳의 시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밝혔으며, 싱가포르 교통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개학과 관련해서도 싱가포르는 지난달 23일 봄방학이 끝난 뒤 예정대로 학교 문을 열었다. 옹 예 쿵 교육부 장관은 당시 페이스북에 “성인들보다 어린이가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덜 감염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학교 안이 더 안전하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치원 교사 집단 감염과 국제학교 직원의 확진 판정 등에 따라 교육당국은 며칠 만에 일주일에 한 차례 재택수업으로 한발 후퇴했다. 이후 비록 가족에게서 감염됐다고는 해도 한 초등학교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리셴룽 총리는 결국 이달 3일 대국민 담화에서 재택수업 전환을 전격 선언했고, ‘개학 강행’이 무리한 조처였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 됐다.
‘감염 억제냐, 폭발적 확산이냐’ 기로에 놓인 싱가포르는 규제를 지키지 않는 국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약 한 달 간 국민의 외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규제를 따르지 않는 국민에게는 경고장을 내왔다. 적절한 사회적 거리 확보와 같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 국민이 하루 수천 명 단위로 나오고 있어 12일부터는 위반자에게는 갑자기 300싱가포르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재범자에게는 기소도 불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