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역성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1~2분기 실물경제 충격으로 플러스 성장은 사실상 물 건너간 만큼, 코로나19 충격이 가신 후 경제가 다시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복원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4일(한국시간)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3.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3.3%)과 비교해선 6.3%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선진국 중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한국도 올해 성장률은 –1.2%에 머물 전망이다. 기존 전망보단 3.4%P 내렸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은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유럽·미주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면서 국경 봉쇄와 공장 가동중단(셧다운), 이에 따른 수요 위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플러스 성장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일단 1~2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결국은 하반기에 상반기 하락분을 상쇄할 만큼 크게 반등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뿐더러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됐을 때 경제가 다시 정상화할 수 있도록 기업·가계의 경제활동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성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돼도 이미 기업이 망하고, 일자리가 사라졌다면 사라진 기업과 일자리를 다시 살릴 순 없다”며 “그렇다고 새 기업들이 갑자기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현재의 기업과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정부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며 “그래야 회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실물지표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산업·고용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15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만1000명 늘었다. 증가분의 절반 이상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보인다. 실업급여 지급액도 8982억 원으로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산업활동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월 전산업생산이 전월보다 3.5% 감소했다. 소비도 6.0% 급감하고, 설비·건설투자는 각각 4.8%, 3.4% 줄었다. 생산 감소 폭은 2011년 2월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다. 소비(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7.5%), 의복 등 준내구재(-17.7%),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6%)가 모두 줄었는데,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8P로 0.7P 급락했다.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기업·가계의 경제활동 유지를 위해선 무엇보다 채권 만기 연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도산한다는 건 빚을 못 갚는다는 것”이라며 “유동성 축소, 수익성 악화 등 여러 사유가 있겠지만, 이런 것들을 가리지 말고 모든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자조차 못 갚는 상황이 있다. 보통의 상황에서 연체가 되면 개인회생 등의 절차로 진행될 텐데, 이럴 땐 채무를 동결시켜주면 된다”고 부연했다.
대신 기업과 일자리가 함께 유지될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고용과 연계돼야 한다고 전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지원만 받고 근로자를 해고하는 기업에 대해선 지원을 끊겠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며 “혼자 살겠다고 사람을 자르는 기업은 생존도 혼자 힘으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지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일자리일 텐데, 그렇다면 고용 유지를 지원의 조건으로 달 수밖에 없다”며 “예외가 생기면 유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메시지는 단순할수록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