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28일 론칭하는 '롯데온(ON)'은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등 적자 점포의 상당수를 철수시키는 등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를 통해 체질 개선에 돌입한 가운데 내놓은 미래 먹거리 전략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2월 백화점과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여 개 오프라인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200여 개의 비효율 점포를 3년 내 정리하겠다는 고강도 다운사이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1월 열린 롯데 사장단회의에서 “최근 경영성과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 필요하며 경쟁력 없는 사업에 과감히 메스를 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변화를 촉구했던 신동빈 회장의 주문을 구체화한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유통 시장은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졌다. ‘롯데온’의 출범을 계기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유통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이커머스 패권 전쟁은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롯데온, 개별 맞춤 쇼핑 추천이 차별화 무기…2023년 매출목표 20조원으로 쿠팡에 도전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 대표는 27일 '롯데온' 전략발표회에서 "국내 유통업계 1위인 롯데는 국민 75%가 롯데그룹 회원으로 한국 상권 91%가 롯데와 만나는 구조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온의 매출 20조 원으로 2023년까지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롯데온’은 고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쉽고 빠르게 구입할 수 있도록 구성한 쇼핑 플랫폼으로, 고객의 행동과 상품 속성을 약 400여 가지로 세분화시키고, 롯데멤버스와 협업해 3900만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조 대표는 “오프라인 사업을 하던 각 유통업이 현재는 온라인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통합데이터로 구매 후기와 상품 데이터, SNS(소셜 네트워크 시스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별 맞춤 쇼핑으로 초개인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프라인 매장을 체험의 장과 배송 물류의 거점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롯데온’은 롯데가 보유한 전국 1만 5000여 개 오프라인 매장과 연동해 단순히 빠른 배송보다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상품을 받길 원한다‘는 점을 고려한 ‘적시배송’을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조 대표가 내건 2023년 매출 목표 20조원은 증권가에서 제시한 2023년 쿠팡의 매출 전망치 20조원과 같다. 따라서 국내 이커머스 대표 주자 쿠팡과 오프라인 유통대표 롯데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이커머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진검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롯데’ 주춤한 사이 이커머스 ‘슈퍼스타’ 떠오른 쿠팡과 네이버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4년간 재편의 기회를 놓치는 사이 '유통업계 메기’ 쿠팡은 온라인 업계 최고의 ‘슈퍼스타’로 거듭났다. 네이버쇼핑도 강력한 검색 경쟁력을 앞세워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오프라인 유통 황제로 군림하던 롯데지만, 온라인에서는 도전자 중 하나일 뿐이다.
실제로 쿠팡의 성장세는 브레이크가 없다. 쿠팡은 지난해 전년보다 64%나 증가한 7조153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올해 쿠팡 매출은 10조 원을 훌쩍 넘는다.
쿠팡은 불어난 덩치에도 적자마저 축소하며 재무구조 개선까지 이뤄 업계를 놀라게 했다. 쿠팡은 지난해 직간접 고용을 5000여 명 늘리며 인건비가 1조117억 원에서 1조4246억 원까지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2018년 1조1200억 원에서 7205억 원으로 되레 적자 폭을 줄였다.
직매입 위주의 쿠팡과 달리 강력한 검색엔진으로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방식에서는 네이버가 치고 나갔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거래액 기준으로 지난해 네이버쇼핑은 20조9000억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쿠팡은 2위로 17조1000억 원, 이베이는 17조 원으로 3위다.
이는 승자 독식을 목표로 치킨 게임을 펼쳐왔던 이커머스들의 혈투 속에서 쿠팡과 네이버가 승기를 잡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물류망과 덩치를 키우던 쿠팡은 ‘규모의 경제’에 따라 투자에 따른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5년 시장 점유율 5%대에 불과하던 쿠팡은 2023년 시장점유율 14.5%, 매출 20조 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네이버의 시장 점율도 5년 전 2%대에서 지난해 12%로 치솟았다.
쿠팡과 네이버의 파죽지세에 이베이 등 이커머스 라이벌들은 숨고르기에 한창이다. 시장 재편에 따라 몸집 부풀리기 경쟁에 힘이 달리는 이들은 공격적인 투자로 확장에 나서기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에 신경쓰며 속속 매각을 시도하거나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이는 최근 15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터줏대감 이베이코리아가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11.5%로 나쁘지 않았지만, 2015년 19%였던 시장점유율은 쿠팡 등의 진격으로 인해 지난해 11%로 떨어졌다. 좋은 성적에도 갈수록 시장 점유율 하락과 함께 기업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높다.
8년 만에 흑자를 낸 11번가도 최근 모회사인 SK텔레콤이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고, 티몬 역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인터파크의 경우 아예 치열한 쇼핑시장에서 한발짝 물러서 엔터테인먼트와 티켓, 투어 등에 집중하고 있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코로나19로 먹을 것 많아진 온라인 시장
하지만 아직 국내 이커머스 전쟁은 끝난 게 아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는 2016년 77조 원에서 2018년 112조 원을 넘어서며 100조 시대를 열었다. 2022년에는 200조 시대가 예상된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국민의 온라인 쇼핑 시대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년 29.8%에 머물던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비중은 2017년 34.9%, 지난해에는 41.2%로 높아졌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올 2월엔 49.0%까지 치솟았으며 3월엔 마침내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의 본격적인 도전에 업계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쿠팡은 최근 ‘로켓프레시 당일 배송 서비스’를 내놓고 신선식품 강화에 나섰다. 여기에 이달 초에는 패션전문 플랫폼 ‘C.에비뉴’를 론칭해 패션 사업에도 힘을 줬다. 신선식품 중심의 롯데마트와 패션 강자 롯데백화점을 겨냥한 맞춤 전략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도 최근 CJ대한통운과 손잡고 24시간 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기존에는 다음날 배송받으려면 전날 오후 3시까지 주문해야 했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늦은 밤 12시까지 주문해도 가능하다. 현재 대상은 LG생활건강 뿐이지만, 다른 브랜드로 지속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를 등에 업은 SSG닷컴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한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증권업계는 1분기 총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0% 가량 뛰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P.P(Picking & Packing)센터의 ‘쓱배송’ 처리물량을 지역별로 최대 20%까지 늘렸고, 물류창고 네오(NE.O)에서 출발하는 서울, 경기권 대상 새벽배송도 기존 대비 50% 확대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경기권에서 물류센터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가 독주하며 시장을 투톱으로 재편 중인 상황에서 기존 오프라인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 등 뉴플레이어들의 도전으로 또한번 무한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