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채권단이 자구안을 제출한 가운데 어떤 계열사가 매각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이 자구안에서 제시한 3조 원이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를 매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산밥캣을 ‘최후의 카드’로 남겨두고 두산인프라코어를 우선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달 27일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자산 매각과 비용 감축 등을 토대로 한 자구안을 제출했다. 현재 자구안을 받은 채권단은 그룹 실사를 진행하게 되며 실사가 마무리되면 이달 말께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두산그룹이 어느 계열사에 매각에 나설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달 초 처음 자구안을 논의할 당시만 해도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밥캣은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시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이 매각 대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현 상황으로서는 회사가 제출한 ‘자구안’과 관련해 채권단이 추가로 계열사 매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코어와 밥캣은 두산그룹의 자존심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 유지를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두산솔루스가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핵심소재인 동박 원천기술을 보유해 ‘알짜’ 자회사로 통하지만, 예상 매각가가 약 8000억 원에서 1조 원 사이여서 두산솔루스를 매각한다 해도 약속한 3조 원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그룹의 핵심인 두산인프라코어 혹은 두산밥캣이 매각 대상에 오를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두산밥캣보다는 인프라코어를 우선 매각할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보다 인프라코어가 먼저 매각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밥캣을 어렵게 사들인 만큼 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밥캣 지분을 지주사에 넘기는 방식을 통해 밥캣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2007년 밥캣 인수를 위해 5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부침을 겪었지만 최근 효자 계열사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지분 51.05%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일단 두산인프라코어가 매물로 나올 경우 원매자들의 관심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차입금을 안고 사야 하는 부담감은 있지만 (인프라코어 인수 시) 경기가 회복되면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두는 기업이나 사모펀드(PEF)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