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 계열사인 삼양사가 토목용 보강재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가격 자료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조달청이 내린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이창형 부장판사)는 최근 삼양홀딩스와 삼양사가 조달청을 상대로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양사 등이 납품 단가를 조작한 부정 행위가 인정된다는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국가의 손해가 경미해 입찰 제한은 위법이라는 부문을 뒤집었다.
조달청은 토목용 보강재에 대한 구매 입찰을 공고한 뒤 삼양홀딩스를 적격자로 선정했다. 2011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 납품 계약 과정에서 삼양사는 삼양홀딩스로부터 인적분할 후 단독으로 2~4차 계약을 맡았다.
마지막 계약 기간이 끝날 무렵인 2015년 11월 조달청은 경찰로부터 토목용 보강재의 고가 구매 여부와 관련해 수사 협조를 요구받고 특별감사를 시행해 삼양사 등이 납품 가격을 부풀린 사실을 발견했다.
조달청은 삼양홀딩스와 삼양사는 세금계산서의 수량과 단가를 삭제하고 이를 부풀린 거래명세서를 제출하는 등 가격 자료를 조작한 혐의로 2년간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2016년 6월 17일~2018년 6월 18일)했다.
이에 삼양사 등은 조달청을 상대로 부정당업자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삼양사 등이 부정행위를 했는지, 손해액이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정도의 금액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ㆍ시행규칙에 따르면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입찰ㆍ낙찰 또는 계약의 체결ㆍ이행 과정에서 국가에 손해를 끼친 자’로서 ‘국가에 1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자’에게는 2년간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삼양사 등은 “계약 체결 당시 대리점에 납품한 가격 자료를 설계용역비 및 제반 관리비가 포함된 가격으로 수정해 제출한 것"이라며 "이는 납품 방식의 차이로 인한 것이므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원고들은 조달청의 계약담당자가 허위로 작성된 거래명세서에 나타난 단가를 실제 거래단가인 것으로 오인하게 해 이를 기준으로 협상 기준가격이 결정되도록 할 의도가 있었다”며 “세금계산서의 수량과 단가를 임의로 삭제하고 거짓이 없다는 확약까지 한 것은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삼양홀딩스의 행위는 2011년 1월 1차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조작된 가격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해당 계약에서 국가의 손해는 10억 원을 넘지 않는다”며 “삼양사가 담당한 2~4차 계약도 손해가 10억 원 이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조달청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해 위법하다”고 봤다.
2심은 삼양홀딩스에 대한 원심판결은 인정하면서도 삼양사에 대한 판단은 일부 뒤집었다. 삼양사로 인한 국가의 손해를 10억 원 이상으로 보고 조달청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2심은 “삼양사는 2011~2015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매년 유사하게 조작된 가격 자료를 제출하는 부정한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해 국가에 지속해서 손해를 입혔다”며 “그 액수도 합계 4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커서 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하고, 제재를 통해 유사한 행위를 예방할 공익적 필요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양사가 제재 기간 동안 입찰 참가가 제한돼 영업상 손실을 보고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것이 예상되는 사정을 고려해도 조달청의 처분에 어떠한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조달청이 삼양사 등에 내린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1심 판결 당시 이미 기간이 만료된 상태지만, 법정 공방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국가 손해액에 대한 환수 조치 등에 대한 절차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