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경(61)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중소기업계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피터팬 증후군’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무경 당선인은 당선 포부로 ‘성장사다리법(가칭)’ 입법을 제시했고, 이를 내놓은 배경으로 ‘피터팬 증후군’을 꼽았다. 피터팬 증후군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포기하는 현상을 뜻한다.
한 당선인은 코로나19 확산에 정부가 내놓는 경제 정책만 봐도 중견기업이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은 기간산업 지원의 수혜를 보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맞춤형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중견기업은 예외라는 주장이다.
그는 “중견기업은 대기업만큼 현금 보유도 없어 생산을 줄이는 형편”이라며 “모든 업종을 불문하고 가동률이 50%가량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이유도 이처럼 정책상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한 당선인이 생각하고 있는 성장사다리법은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현재 중견기업은 그 정의부터가 명확하지 않다. 현재 정의는 연 매출액 400억~1500억 원 이상, 자산 5000억~10조 원 사이다.
그는 “정의를 명확히 하고, 대기업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R&D 등 지원도 중소기업 못지않게 해야 한다고 본다”며 “소기업에서 중소기업, 중소기업에서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생태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당선인은 20년 넘게 중소기업계 현장을 뛰어다니며 앞장서서 중소기업과 여성 기업의 목소리를 낸 인물이다. 시작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였다. 그는 부도난 쌍용차 자동차 부품 사업부를 1억 원에 인수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가 인수한 사업체는 현재 연매출 8000억 원대의 자동차부품 전문 그룹사 효림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는 회사 인수 뒤 직원들과 첫 상견례 자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여중, 여고, 여대, 문헌정보학 석박사 과정마저 여대 대학원을 나왔기에 그를 향한 직원들의 눈빛은 싸늘했다.
그는 “농담을 꺼내도 돌아오는 반응이 없었다”며 “비전공자에 경험도 없는 여성 대표가 마주한 현실”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었다.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솔선수범을 실천하고자 남녀 직원 화장실을 직접 청소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부품업은 산업 특성상 절삭기기를 종일 돌릴 수밖에 없고, 그 옆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신발은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더러운 신발에 화장실도 곧잘 지저분해졌다.
한 당선인은 “화장실을 이용하기 싫은 남자 직원들은 밖에서 노상 방뇨를 하곤 했는데 화장실이 깨끗해지니 이용하는 사람도 늘었다”며 “꼬박 10년 넘게 화장실 청소는 내 몫이었다”고 부연했다.
20년 넘게 기업인으로 산 그는 이제 정치인으로 본격적인 모드 전환에 나섰다. 생을 마칠 때까지 ‘기업인’으로서 살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미래한국당의 영입 제안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평소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를 신봉하던 그는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 당선인은 “당의 참패에 당선 뒤 웃을 수 없었다”며 “거대 여당을 상대로 필요한 법안을 어떻게 통과시킬지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과 달리 정치는 근심거리를 버리지 못하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는 “기업 경영은 불필요한 것들을 가지를 쳐나가며 버리면 방향성이 나온다”며 “그러나 법을 만드는 것은 모든 걱정거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놔야 한다”고 했다. 정치인으로서의 변신을 얼마나 깊게 고민했는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한 당선인은 여성 경제인을 대표했던 사람으로서 여성 기업 지원에 관한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예컨대 중소기업 지원 사업에서 여성 기업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한 당선인은 중소기업 지원 사업 평가에서 심사위원 성별이 남성이 치우친 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지원하는 창업 경진대회 심사위원만 봐도 성별이 남성에 치우쳐 있다”며 “여성 관점에서 나오는 제품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사회 전반에 여전히 만연한 편견도 앞장서서 깰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한 당선인은 1998년 처음 사업에 뛰어들었을 당시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에 갔더니 “남편 직업이 뭐냐”며 차별적인 질문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물론 그때보다 여성 기업에 관한 인식이 좋아졌지만, 마냥 과거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특히 기술 창업 분야에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한 당선인은 4년 뒤 ‘여성 경제인의 기를 살리는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1대에 대거 국회로 진출한 여야 중소기업계 의원들과도 긴밀히 소통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주도로 중소기업, 소상공인 출신 여야 의원 8명이 참여하는 중소기업입법지원협의회(가칭) 구성을 준비 중이다. 협의회는 비례대표 의원 5명과 지역구 의원 3명으로 구성됐다.
그는 “국회의원 중에서 경제를 살리자는 데 이견이 있겠느냐”면서 “여야를 떠나 윈윈(win-win)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