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車회사와 외래어 표기법

입력 2020-05-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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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자동차 회사는 일정한 주기에 맞춰 신차를 출시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차급은 4~5년마다, 경쟁이 덜하면 7년 주기로 새 차를 내놓는 방식이지요.

지난해부터 다양한 국산 신차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러 신차의 출시 시점이 겹친 것인데요. 2000년대 이후 세 번째로 맞는, 이른바 ‘슈퍼 신차 사이클’입니다.

코로나19 쇼크 탓에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요가 많이 감소했지만, 국내 완성차 메이커들은 신차를 앞세워 주요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속속 등장한 신차들은 첨단 장비들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십수 년 동안 나온 신기술보다, 최근 2~3년 사이에 등장한 신기술이 더 진일보했으니까요.

우리는 이처럼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자동차 기술이 속속 선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개발의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자동차 문화가 이런 자동차 신기술 발달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자동차 문화는 단순하게 보유 대수와 안전의식 등으로 가늠할 수 없는,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이에 느끼거나 경험하는 모든 사회 현상을 포함합니다.

신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 관련 용어입니다.

우리는 자동차 관련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자동차 회사가 지어놓은 ‘고유명사’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광고문구와 신차 안내책자는 물론 언론사에 배포되는 <보도자료>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등장하는 기술인 만큼, 새로 등장한 신기술은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 또는 한글 맞춤법보다 우선됩니다. 예컨대 현대차가 발표하면 그 자체가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다는 뜻입니다.

설령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난다 해도 회사가 이미 결정한 이름은 더는 수정이 어렵습니다. 이미 해당 업계에서 굳어진 명칭이기도 하니까요.

이처럼 자동차 회사가 내놓는 신기술은 신조어의 산실이자 새로운 언어의 시험장입니다. 동시에 무분별한 외국어 남용의 현장이기도 하지요.

특히 의미 파악이 어려운 외래어의 연결체가 우리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대신해서 쓸 수 있는 동의의 고유어나 우리말, 또는 정확한 외래어 표기법이 존재하지만 간과되기 일쑤이지요.

한때 자동차 석학들이 모인 '자동차 공학회'가 국립국어원과 손잡고 올바른 자동차 전문용어 바로 잡기에 나섰지만, 신기술을 마구 쏟아내는 자동차 기업의 그릇된 신조어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잘못 지어진 이름은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지금도 현대차의 신차 안내책자에는 △쇽압쇼바(쇼크 업소버 또는 완충기), △콤프레샤(컴프레서 또는 압축기) 등 잘못된 외래어 표기법이 수십 년 째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한때 800만 대를 넘어섰던 현대ㆍ기아차는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차가 적게 팔리더라도 자동차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지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라면, 우리 자동차 문화를 주도하는 기업이라면 외래어 표기법을 비롯해 올바른 자동차 문화를 지켜나갈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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