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똑바로 해라”…코로나 사태로 부상한 국제 신평사 역할론

입력 2020-05-12 14:37 수정 2020-05-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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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등 신평사, 닷컴버블·글로벌 금융위기 주범 비판…이들 등급 평가에 전 세계 기업·국가 운명 달려 있어

▲미국과 유럽의 비금융 기업 투자등급 회사채 신용등급별 시장규모 추이. 단위 조 달러. 출처 이코노미스트
▲미국과 유럽의 비금융 기업 투자등급 회사채 신용등급별 시장규모 추이. 단위 조 달러. 출처 이코노미스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국제 3대 신용평가사(신평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P는 이날 코로나19 확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돼 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더 강등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반적으로 호황기에는 신평사와 이들이 매기는 신용등급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경기침체기에는 이들의 신용등급 평가가 전 세계 기업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특히 3대 신평사는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정확한 등급 평가로 위기를 초래하거나 증폭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과거의 실패를 만회할지 주목된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신평사들은 닷컴버블 붕괴 당시 사상 최악의 파산으로 꼽히는 ‘엔론’ 등 일부 기업 신용등급을 부적절하게 매겼다. 금융위기 때에는 파생상품 신용등급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후하게 평가해 원인을 제공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신평사들은 닷컴버블이나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 많은 기업 부채가 코로나에 따른 경기침체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이 3월 이후 진행한 신용등급 강등 속도는 역사상 가장 빠른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지난 5일까지 S&P는 자사가 등급을 매기는 기업과 국가 부채의 5분의 1에 대해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자동차와 엔터테인먼트 등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은 무려 5분의 3이 그런 운명에 빠졌다.

그러나 이런 신평사들의 움직임은 다시 친숙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꼬집었다. 바로 신평사들이 스스로 세운 기준을 무시한 채 안이하게 신용등급을 부정확하게 매겼다가 위기가 터지면 뒤늦게 이를 성급하게 수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국제 주요 신평사 주가 등락폭 추이. ※2000년 1월 1일=100 기준. 위에서부터 무디스/S&P/뉴욕증시 S&P500지수. 출처 이코노미스트
▲국제 주요 신평사 주가 등락폭 추이. ※2000년 1월 1일=100 기준. 위에서부터 무디스/S&P/뉴욕증시 S&P500지수. 출처 이코노미스트
전문가들은 신용등급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등급이 강등되면 기업 자금조달 비용이 끝도 없이 치솟거나 은행이 망할 수도 있다. 심지어 유럽 재정위기 당시 프랑스 등 주요국 신용등급이 강등돼 혼란을 더욱 부채질하는 등 국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신평사들이 국가와 기업의 목줄을 쥐고 있는 가운데 등급 평가가 잘못됐다면 위기가 극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부채가 팽창한 시기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글로벌 기업 회사채 규모는 13조5000억 달러(약 1경6600조 원)로, 금융위기 당시보다 두 배 커졌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자산매입 프로그램에서 잠재적 지원대상을 선별하기 위해 신용등급을 사용하고 있어 신평사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려되는 것은 신평사들의 신용등급이 여전히 뻥튀기됐다는 의혹이다. 에드워드 알트먼 뉴욕대 교수는 이런 ‘과대평가’ 문제와 관련해 정크본드(투기등급 회사채) 바로 위 등급에 있는 회사채를 대상으로 레버리지와 유동성, 매출 등 여러 지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중 3분의 1은 정크본드였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코노미스트는 3대 신평사들이 글로벌 신용평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어 호황을 누려왔다며 그에 따른 의무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3대 신평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총 95%에 이른다. 이들은 막강한 영향력에 매년 3~4%씩 등급평가 수수료를 인상해왔다. 무디스와 S&P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5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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