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이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마노핀'의 지하철 역사 매장 수를 대폭 줄인다. 외식 경기 악화로 매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임차료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한 MP그룹이 수익성 악화가 진행 중인 커피 사업에서 힘을 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MP그룹이 2008년부터 운영해온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노핀의 경우 테이크아웃 전문매장인 '익스프레스 매장'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데, 이 때문에 전체 31개 매장 중 25개를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마노핀의 지하철 사업 철수가 업계에서 커피 사업 철수로 읽히는 이유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P그룹은 최근 이사회에서 서울메트로(서울교통공사)와의 지하철 19개 점 임대차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사당역점ㆍ신촌역점ㆍ동대문역사공원역점 등 주요 상권 매장의 계약은 내년 11월 만료된다. 마노핀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로 인해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며 "강남 역 등 6개 매장은 기존대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MP그룹이 지하철 역사 매장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 이유는 마노핀 사업 실적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당시 MPK그룹(현재 MP그룹)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커피ㆍ머핀 브랜드 마노핀을 선보였다. '99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앞세워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한 마노핀은 2010년 매출액 32억 원을 기록했고, 2년 후인 2012년에는 이보다 5배가량 늘어난 매출액 150억 원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MP그룹은 "2015년까지 500개 매장, 500억 원 매출"을 외치며 마노핀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마노핀의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커피 시장 경쟁 과열과 가격 인상에 따른 충성 고객 이탈, 경기 악화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2012년 정점을 찍은 마노핀의 매출은 점차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매출이 전성기의 절반 수준인 81억 원으로 감소했다. 2015년 52개까지 늘었던 매장 수도 올해 5월 기준 31개로 줄었다.
지하철 역사 매장의 높은 임대료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유동인구가 많은 2호선 신촌역의 경우 18㎡(5.4평)의 월 임대료가 2047만 원이다. 2호선 사당역의 경우에도 23㎡(6.9평) 매장의 월 임차료는 2016만 원이다. 월 임대료가 평균 20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지하철 25개 매장을 운영하기 위한 연 임차료는 약 60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기준 연 매출(81억 원)의 70% 이상이 임차료로 들어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태유 세종대학교 교수는 "유통가에선 3~5일 매출이 한 달 기준 적정 수준의 임차료로 여겨졌다"며 "예상 매출에서 원가와 인건비 등을 빼고 15% 이상 수익이 남지 않으면 입점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MP그룹은 3월 코스닥시장위원회가 "개선계획 이행내역 등과 관련해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힘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 재심의를 앞두고 있다. MP그룹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된 상황이며 올해 1분기 실적도 매출액 227억 원에 영업손실 28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MP그룹은 마노핀 사업 중단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계약 해지를 결정했으나 일부 매장의 경우 재입찰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