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달 국제 유가가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자 원유개미로 탈바꿈한 이들은 한방을 노리고 일제히 원유 선물 연계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으로 몰려갔고, 시장에서는 말 그대로 ‘투기판’이 벌어졌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싸다고 판단한 원유개미들이 국제유가 변동 폭의 2배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해 하루 60억 원 수준이었던 원유선물 관련 상장지수상품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2600억 원을 넘어 40배 이상 급증했다. 국제유가의 변동성마저 커지며 일부 상품은 하루 주가 변동폭이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자 ETN 가격과 실제 지표가치의 차이인 괴리율이 일부 종목의 경우 900%가 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쉽게 말해 100원짜리 ETN이 900원에도 팔린 것이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빚까지 내며 원유시장을 투기판으로 원유 개미들에 있다. 관련 상품의 기본 개념인 괴리율, 롤오버 등의 개념과 상품구조도 모르면서 그저 높은 수익만 낼 수 있다는 말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손실을 키우고 시장 혼란을 자초했다.
우량주 장기투자라는 투자의 기본 원칙은 원유개미들에게 '소 귀에 경 읽기'인 모양이다. 이는 "누가 뭐래도 나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만심 때문이다. 그 자만심은 고스란히 '마이너스' 수익률로 되돌아올 뿐이다.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당국은 괴리율이 급격히 커지자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투자경고음을 내고 단일가 매매도 실시했다. 하지만 광풍은 멈추지 않았고 뚜렷한 해결책이 없던 이들 기관은 해당 상품이 정상 가격수준을 회복할 때까지 거래를 막고 지켜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만간 ‘동전주’ 원유선물 ETN·ETF(ETP)를 상대로 액면병합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리스크 방지 차원이라며 증권사별로 발행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반발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양간을 고치랬더니 외양간을 없애버린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애꿎은 업계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역시 잇따른 공지와 거래정지 조치로 신규 투자자들의 손실은 막았지만 기존 투자자들의 손절매를 막는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지금이라도 종합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외양간을 없애는 대책이 아니라 더 좋은 외양간을 지어 오랜만에 찾아온 투자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