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의 히트 맥주 ‘테라’ 병 디자인을 둘러싼 항소심을 앞두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허가로 인가된 비영리 재단법인 ‘경청’이 특허발명자의 법률 지원에 나섰다.
경청 측은 승소 시 지난해 도입된 징벌적 배상제도에 따라 고의 침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허 발명자인 정경일 씨와 경청은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하이트진로 테라 병 특허 논란은 지난해 4월부터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무효 심결이 났고, 정경일씨 측은 12월 항소심을 청구했다. 항소심에 대한 1차 변론기일은 이달 26일 예정됐다.
법률지원을 맡은 경청 측은 하이트진로 측의 1차 무효소송 때와는 사뭇 다르게 항소심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심 당시 영세 발명가 정경일 씨는 대기업 하이트진로측과 달리 대리인 선임 비용도 없어 변변한 답변서도 제출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항고심에는 경청과 함께 중기부 산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법률지원단 자문까지 합세한다.
특허 개발 업체인 아이피디벨롭먼트의 대표이기도 한 정경일 씨는 해당 특허를 2008년 출원, 2009년 특허청에 등록했다. 액체가 배출될 때 급격하게 배출되지 않도록 내부에 내부 빗살형 회오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 씨는 2011년 하이트 협력업체를 통해 기술 제휴를 제안했고, 3번의 미팅 끝에 하이트 측에서 진로와의 합병에 자금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는 이유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어 “2019년 3월 출시된 테라 병이 기존 출원한 특허와 유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 씨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측은 테라 병 외부에 심미감을 위해 빗살형 회오리를 만든 것이며 내부는 의도한 것이 아니고 공정상 불가피하게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 씨는 “내부에 빗살형 회오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의도하지 않은 기술이라면 병 내부 디자인을 기능적인 요소를 충분히 배제하고 회오리가 없도록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청 측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따라 승소 시 고의 침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정 법률은 다른 사람의 특허권이나 영업비밀을 고의로 침해한 경우 침해자의 우월적 지위 여부나 고의 또는 손해발생 우려에 대한 인식 정도 등을 따져 정해진 손해 인정 금액의 최대 3배를 배상액으로 했다.
또, 이달 20일에는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특허 침해자의 제품 판매에 대해서도 손해 배상을 하도록 하는 특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다만 경청 측은 특허 침해에 관한 정도를 금액으로 환산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장태관 경청 이사장은 “이긴다면 충분히 개정된 법률이 적용돼서 고의 침해에 대한 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과 기술탈취 분쟁을 하는 영세기업이 최소한 법률적으로 다툴 기회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 재심에 대한 법률 지원에 나서게 됐다”며 “경청 내 상주 변호사들과 외부 자문 로펌,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법률지원단 등과 힘을 합쳐 대기업측 대형 로펌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