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전 세계 각국이 국제선은 물론 국내선 여객 수요 절벽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김포-제주 노선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승객 한 명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최저가 항공권을 내놓는 '박리다매'식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웃픈(웃기면서 슬픈) 현실이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25일 세계 최대 항공컨설팅 전문업체 CAPA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5월 셋째주의 전 세계 공항별 여객수를 집계한 결과 서울(김포)-제주 노선이 24만5429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4% 줄어든 수치지만, 글로벌 항공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으로 가면 짧은 시간 내에 전년도 수준까지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APA 측은 "5월 넷째주인 지난주에는 여객수가 26만6000명으로 늘어나 전년 대비 감소폭을 8%대까지 좁혔다"면서 "이 노선은 1~2주 안에 2019년 수준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인천공항 국제선 출발 여객수가 전년 동기 대비 99%나 줄어드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지만, 국내선은 항공사들의 증편 움직임과 함께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객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항공권 가격은 반비례해 수익성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선을 거의 띄우지 못하며 전례없는 공황에 빠진 항공업계가 그나마 남은 국내선 고객 확보를 위해 항공권 가격을 초특가로 내놓고 있어서다.
현재 평일기준 제주-김포 노선 항공권 가격은 대부분 1만~2만원 대에 몰려있으며,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10만원 대를 훌쩍 넘었던 주말에도 3만~4만원 대 항공권이 상당수 눈에 띈다.
김포-제주 노선의 승객수가 증가하며 공항들은 전 세계에서 최고로 활기를 띠고 있지만, 하염없이 저렴해진 항공권은 어는때보다 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항공권 가격의 최저 마지노선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수 개월 간 전 세계 하늘길도 닫히고 국내 여행객도 감소한 상황에서, 그나마 국내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고객을 더 이상 잃을 수 없어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5월 셋째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여객수를 기록한 노선은 김포-제주에 이어 일본 도쿄(하네다)-삿포로(17만9157명), 일본 후쿠오카-하네다(13만5456명), 베트남 호치민-하노이(12만4279명), 중국 선전-상하이(9만8895명) 노선 등이었다.
특히 3, 4위를 기록한 도쿄-하네다와 호치민-하노이 노선 여객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8.7%, 29.2% 급감한 수치로 1위, 2위 노선보다 회복 속도가 상당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년까지만 해도 5위를 기록했던 호주 시드니-멜버른 노선은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는 커녕 800위 대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