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하던 한국의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9일 발표한 '홍콩보안법 관련 미·중 갈등과 우리 수출 영향' 자료에 따르면, 홍콩 내 반정부 활동 감시, 외국 세력의 내정 개입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전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표결을 통과했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면 홍콩의 특별무역지위를 발탁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1992년 홍콩법을 제정해 홍콩이 자치권을 행사한다는 전제하에 비자 발급, 투자 유치, 법 집행 등에서 본토와 달리 홍콩을 특별 대우했다. 이는 홍콩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 물류의 허브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역협회는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게 되면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 추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금융허브로서의 역할 상실로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홍콩은 총수입 중 89%를 재수출하는 중계무역의 거점으로, 특히 총수입의 절반은 중국으로 재수출된다. 한국 또한 홍콩을 4위 수출 대상국으로 두고 있고, 수출액의 114%를 제3국으로 재수출하고 있다. 이 중 98%는 중국으로 향한다. 중국 본토로의 접근이 쉽고, 부가가치세 환급 등 절세혜택이 있어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해온 것이다.
무역협회는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철회하면 한국이 그간 누리던 이점이 약화하며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국이 홍콩으로 수출하는 물량 중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1.7%에 불과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이 홍콩 제재를 강화하면 수출 경쟁력은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는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무관세라 중국 직수출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 중견 수출기업은 물류비용 증가와 대체 항공편 확보까지 단기적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화장품과 농수산식품 등 소비재 품목은 중국의 통관, 검역이 홍콩보다 까다로워 수출물량 통관 때 차질이 우려된다.
무역협회는 미·중 갈등이 강 대 강으로 치달으며 장기화하면 홍콩이 허브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 경우 한국의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미·중 갈등 확대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무역협회는 "미·중 갈등 확대로 중국이 홍콩을 경유한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한국 기업의 대미수출이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로 수출 경합이 높은 석유화학, 가전, 의료정밀, 광학기기, 철강 제품, 플라스틱 등에서 한국 수출의 반사 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