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이어져 온 면세업계와 공항 간 ‘임대료 갈등’이 ‘50% 감면’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기존 20% 감면보다 지원 폭이 커진 만큼 면세업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천국제공항과 달리 국제선 운영을 중단한 지방공항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인 만큼 ‘임대료 면제’가 아닌 ‘감면’에 그친 것은 아쉽다는 견해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는 여객이 70% 이상 줄어든 공항의 상업시설에 대해 대·중견기업은 50%, 중소·소상공인은 75% 임대료를 감면해주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적용 대상은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편의점, 서점, 약국, 급유·기내식 업체 등이다.
이는 4월 1일 발표한 임대료 감면율(대·중견기업 20%, 중소·소상공인 50%)보다 지원 폭이 상향된 것으로, 임대료 감면은 공항을 이용하는 여객 수가 지난해의 60%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3~8월 최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다만 여객 감소율이 40% 이상 70% 미만인 공항의 경우 현행대로 대·중견기업 20%, 중소·소상공인 50%의 임대료 감면 혜택이 적용된다.
여객 수는 2월 이후 매달 급감했다. 인천공항 기준으로 여객 감소율은 지난 2월 42%에서 4월 97%, 김포·김해·제주 등 14개 지방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2월 63%에서 4월 100%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임대료 인하를 두고 장기간 협상을 벌여온 대기업 면세업계(롯데ㆍ신라ㆍ신세계)는 3~5월 임대료를 50% 감면받는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20%에서 50% 감면으로 조정된 것은 정부나 공항공사 측이 면세점의 최근 처한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고 내린 조치라고 생각한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게 돼 부담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8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책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곧 8월인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대책도 논의해야 한다. 이번 대책도 2월부터 시작해 6월에 결정된 만큼 이른 시일 내 코로나19 장기화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9월부터 이번 지원책이 없어지면 또다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과 달리 한국공항공사는 4월 6일부터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국제선 운영을 중단했다. 국제선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해 사실상 지방 국제공항이 전면 ‘셧다운’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인천국제공항과 마찬가지로 임대료 50% 감면 대책이 나온 데 대해 면세업계는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같은 대기업 면세점이라도 공항 계약·입찰 시기에 따라 월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 다르다. 김포와 제주 공항에 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라면세점은 매출 연동제로 임대 계약을 맺은 만큼 수천만 원 상당의 시설관리 임대료만 내고 있지만, 롯데면세점은 고정 임대료 방식으로 계약을 맺어 현재 김포 27억 원, 김해 38억 원의 임대료를 부담하는 상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운영 중단된 지방 공항 입점 업체들은 수입이 아예 없는 상황인데 임대료를 절만이라도 내라는 결정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감하다 4월에는 월 매출 1조 원대마저 무너졌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4월 면세점 매출은 9867억3909만 원에 그쳐 월 매출 1조 원대를 지켜가던 2, 3월보다 더 악화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4월 매출은 코로나19 영향을 받기 전인 1월(2조247억 원)과 비교하면 51.2% 줄었고,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반 토막 났던 2월(1조1025억 원)과 비교해선 10.5%, 3월(1조873억 원)보다는 9.2% 줄었다. 면세점 월 매출이 1조 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문제 삼아 한국 행 단체 관광을 전면 금지한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