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11일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 심의에 들어간다. 최저임금의 법정 심의시한은 이달 29일까지이고 고시시한이 8월 5일이다. 행정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시일은 촉박한데 노사 양측의 대립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경영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의 임금지급 능력이 급격히 약화했다며 최저임금을 더 올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저임금 취약계층의 생계보장을 위한 일정 수준 이상의 인상이 관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올해 강성 노동운동가 출신들이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으로 포진한 상황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들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2.9%로 낮춘 심의결과에 반발해 집단 사퇴했고, 최근 위원들이 새로 선임됐다.
최저임금은 지난 3년 동안 크게 올랐다. 2018년 인상률이 16.4%(시급 7530원), 2019년 10.9%(8350원), 올해 2.9%(8590원)로 3년간 32.8%나 한꺼번에 급등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다는 취지였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취약계층 일자리가 감소해 고용참사가 빚어졌고, 임금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세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잇따랐다. 소득분배구조 악화로 빈부격차도 더 벌어졌다.
올해는 코로나19까지 덮쳤다. 수출과 내수가 바닥에 가라앉아 수많은 기업들이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게 경영계의 호소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6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가 그런 절박감을 반영한다. 조사 대상 중소기업 중 80.8%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7.3%는 더 낮춰야 한다는 응답이었다. 또 최저임금이 더 오를 경우 대응책은 신규채용 축소(44.0%), 감원(14.8%)으로 절반 이상 기업이 고용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노동비용은 크게 늘어났는데 노동생산성 증가가 뒤따라주지 않고 있는 탓이다. 대다수 기업이 현재 임금수준에서도 고용 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지금과 같은 경영의 한계상황이 지속되면 33%가 ‘6개월 이내’, 45%가 ‘9개월 이내’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가라앉는 경제 현실, 기업의 수용성, 노동생산성 등을 반영한 합리적 임금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코로나로 인한 최악의 경제 위기에서 일단 기업이 살아남아야 일자리를 지키고 임금도 줄 수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고통분담이 절실하다. 최저임금 동결 또는 최소한의 인상이 요구된다. 노동계의 무리한 인상 요구는 결국 일자리마저 위협한다.